몸값 10조 현대엔지니어링 IPO '신호탄'상속·증여 수조원 필요… 정의선 회장 1조 실탄 마련 글로비스 10% 줄이고 모비스 지분 늘려야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 순환출자 해소가 관건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스타트는 기업가치가 10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끊었다.

    13일 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르면 다음달 초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다. 앞서 지난 9일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증시 입성 시기는 올 4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 사업과 인프라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1999년 5월 현대건설에 합병됐다가 2년 뒤 다시 분사했다. 지난해 매출액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 주주인 현대건설(지분 38.6%) 외에 정 회장(11.7%), 현대글로비스(11.6%), 기아(9.3%), 현대모비스(9.3%)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시 기업 가치에 대해선 약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정 회장은 1조원대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증여에 필요한 재원마련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1.4%를, 현대차는 기아의 최대 주주(33.8%)다.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2%를 보유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한 다음,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양도세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해 얻은 자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회장 입장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모두 팔더라도 경영권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2년 전 상장된 현대오토에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월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3사 합병 승인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하면서 역할이 더욱 거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가치도 덩달아 재평가를 받는다면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7.3%를 들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게 골자다.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를 현행 30% 이상에서 20% 이상인 상장사로 확대했다. 비상장사와 같은 20.0% 이상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은 29.9%다. 일감 몰아주기 제제 대상인 만큼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10% 상당의 지분을 연내 매각해야 한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각각 23.2%, 6.7%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황이라는 점과 증시가 호황기로 막대한 자금이 몰려있다는 것도 호기로 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분 20%를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 美상장설도 점친다.
    지배 구조 재편과 상속세 마련에 필요한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분할·합병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승계, 미래 가치 제고, 순환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를 해결할 시기가 상당히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는 오는 30일 현대차그룹 등 총수를 새로 지정해 발표한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바꾸기로 잠정 결론을 냈다.
  •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