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조 현대엔지니어링 IPO '신호탄'상속·증여 수조원 필요… 정의선 회장 1조 실탄 마련 글로비스 10% 줄이고 모비스 지분 늘려야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 순환출자 해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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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스타트는 기업가치가 10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끊었다.
13일 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르면 다음달 초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다. 앞서 지난 9일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증시 입성 시기는 올 4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현대엔지니어링은 건축 사업과 인프라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1999년 5월 현대건설에 합병됐다가 2년 뒤 다시 분사했다. 지난해 매출액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을 거뒀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 주주인 현대건설(지분 38.6%) 외에 정 회장(11.7%), 현대글로비스(11.6%), 기아(9.3%), 현대모비스(9.3%)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시 기업 가치에 대해선 약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정 회장은 1조원대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증여에 필요한 재원마련인 셈이다.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1.4%를, 현대차는 기아의 최대 주주(33.8%)다.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2%를 보유 중이다.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한 다음,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양도세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해 얻은 자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회장 입장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모두 팔더라도 경영권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2년 전 상장된 현대오토에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월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3사 합병 승인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하면서 역할이 더욱 거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가치도 덩달아 재평가를 받는다면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7.3%를 들고 있다.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게 골자다.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를 현행 30% 이상에서 20% 이상인 상장사로 확대했다. 비상장사와 같은 20.0% 이상으로 일원화한 것이다.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은 29.9%다. 일감 몰아주기 제제 대상인 만큼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10% 상당의 지분을 연내 매각해야 한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각각 23.2%, 6.7%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황이라는 점과 증시가 호황기로 막대한 자금이 몰려있다는 것도 호기로 보는 이유다.일각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분 20%를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 美상장설도 점친다.
지배 구조 재편과 상속세 마련에 필요한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분할·합병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승계, 미래 가치 제고, 순환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를 해결할 시기가 상당히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는 오는 30일 현대차그룹 등 총수를 새로 지정해 발표한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바꾸기로 잠정 결론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