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잔액 12조4000억원 급감…대기성자금 증가 주춤신용대출 6조8000억원 급증, 코인 열풍‧공모주 청약 영향대출 우대금리 폐지에 주담대 증가세 한풀 꺾여…7천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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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대기성자금인 요구불예금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공모주 청약과 가상화폐 투자 광풍에 은행의 예금이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2조8814억원(2.05%)이 급감했다. 지난 3월 2조6667억원이 줄어든 것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든 것이다. 

    예금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예·적금 대신 공모주 청약과 주식,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61조240억원으로 3월 말(656조4840억원) 대비 4조54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요구불예금은 2월에 28조9529억원 증가한 데 이어 3월에도 18조원 늘었으나 지난달에는 증가 폭이 둔화됐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반면 지난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급증했다. 

    5대 은행의 4월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3월말(135조3877억원)에 비해 6조8401억원(5.1%) 뛰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신용대출 총량관리 목표로 제시한 월 증가액 2조원의 3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로, 역대급 증가율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막판 신용대출 수요가 급등했던 지난해 11월 4조8495억원(전달 말 대비 3.8%)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반면 정기예금은 급감하고 요구불예금 증가세가 꺾이는 사이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개설해주는 은행은 신규계좌 건수와 수신 잔액이 크게 늘었다”며 “너도 나도 코인에 투자하는 ‘코인 열풍’으로 인한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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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주고 있는 케이뱅크는 4월 한달 동안 고객 수가 146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도 3조4200억원이 불어났다. 빗썸, 코인원과 제휴한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신규 개설 계좌 수가 145.51% 급증했다.

    신용대출 급증 이유로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SKIET 공모주 일반 청약도 꼽힌다. SKIET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은행 관계자는 “SKIET에 역대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 몰렸다”며 “개인이 신용대출로 상당부분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용대출의 영향으로 전체 가계 대출은 전달(681조6357억원) 대비 9조2266억원 늘어난  690조862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1월(9조4195억원) 이후 가장 많이 불어났다.

    한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 우대금리 혜택들이 사라지면서 증가세가 주춤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3조8천738억원으로 한달 간 705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담대 증가액이 1조원 아래에 머문 것은 지난 6개월 이후 10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