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바이오뱅크 본격 연구 착수…‘정밀의료’ 한발짝단기로 승부 ‘불가’ 50년 이상 장기 데이터 구축이 관건 민관합동 연구 체계 형성 중요… 미래의학 앞당기는 길
  • ▲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세의료원
    ▲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세의료원
    미래의학은 여러 주제가 뒤섞인 다소 복잡한 개념이지만 그 중심에 ‘정밀의료’라는 핵심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의 유전정보과 환경, 생활 습관 등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이를 고려해 예방·진단·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료 패러다임이 전환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관건은 실질적 데이터 확보다. 빨라지는 기술개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샘플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취약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십수년간 이 분야에 매진했던 연세의료원이 16만명의 검진자료와 바이오 샘플을 모아 ‘바이오뱅크’를 구축했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선도적 모델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본지는 바이오뱅크를 이끌고 있는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그간의 경험과 향후 과제 등을 들었다. 

    지 교수는 “수십 년 이상의 바이오샘플을 확보하고 미래의학을 지향하는 일부 선진국의 사례와 달리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이 분야는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는 영역으로 차분하게 장기전을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세”라고 운을 뗐다. 

    빨라지는 유전자 분야 기술을 도입하고 신기술 연구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바이오 샘플을 확보해 근거를 쌓아두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지하에는 2004~2013년 동안 모아온 16만명의 혈액, 세포, 조직, 혈장, 타액, 소변, DNA 등 바이오샘플을 동결보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의 유전체, 임상, 생활습관 정보 등을 분석해 개별적 치료 방법과 질환 발생의 경향성을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 교수는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바이오뱅크는 초기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30년은 관련 데이터를 통한 연구가 진행돼야 선천적 유전정보와 후천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양상을 알아낼 수 있다”며 “암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에 대한 예측과 대응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뱅크는 일생의 소명으로 여겨지지만 이제 정년이 약 6년 정도 남은 상태”라며 “이 연구와 사업은 지속돼야 하고 더 확장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본격 연구의 서막… 민관합동 체계 형성 ‘절실’ 

    지 교수는 바이오뱅크 관련 기반을 다지는데 십수 년의 세월을 고군분투했고 올해 들어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전문기관 6곳과 바이오뱅크를 기반으로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기관 ‘메디에이지’, 의료빅데이터 서비스 전문기관 ‘바스젠바이오’, 액체 생검 분석기관 ‘EDGC’, 유전자 분석기관 ‘DNAlink’, 인공지능기술 전문기관 ‘MOA데이터’, 종합검진 기관 ‘한국의학연구소(KMI)’ 등이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대단위 연구의 서막을 올렸다.

    지 교수는 “이번 플랫폼 개발에 앞서 바이오뱅크 구축 초창기에 바이오 샘플을 제공해준 KMI 측의 협조가 컸다”며 “정밀의료를 주축으로 헬스케어, 제약, 디지털 임상시험, 바이오, 보험, 식품 등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의 영역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한계는 존재한다. 이제 국가적으로 이 분야를 육성한다는 계획이 세워진 만큼 민관합동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은 정밀의료 분야 글로벌 5대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오는 2023년부터 6년간 약 1조원을 투입하는 ‘100만명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부터 범부처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희귀질환자 5000명 모집과 기존 선도사업 데이터 5000명 연계를 완료했고 올해도 참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 교수는 “국가 단위로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하려면 민간에서 진행되는 사업과의 연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오뱅크를 먼저 시작한 경험과 데이터가 존재해 민관합동 연구 체계가 형성되면 분명 미래의학과 관련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