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받는 TV홈쇼핑과 달리 표현, 형식 제한 없어방송법상 심의 제외… 소비자 피해 급증라방 선진국 中, 라방 마케팅 콘텐츠 서비스 관리규정 제정
  • 라이브커머스, 이른바 ‘라방’이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모바일 중심, 쌍방향 소통을 강점으로 하는 ‘라방’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조원에 불과했던 ‘라방’ 시장은 2023년 약 9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야말로 돈을 싸들고 ‘라방’으로 모이는 ‘골드러시’가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코앞으로 다가온 ‘라방’ 시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바디미스트와 바디크림 바르면 가슴이 커진다, 붓기는 빠지고 셀룰라이트를 없애주고 탄력은 올려줍니다”, “이 석류즙을 먹으면 갱년기 증상, 혈액 순환장애, 빠른 노화와 치매예방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A 제품 라방 설명 멘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 라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신생 플랫폼인 탓에 관련법이 없거나, 소비자보호제도가 허술한 실정에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라방은 TV홈쇼핑과 유사한 형식으로 물건을 판매하지만 하지만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TV홈쇼핑은 방송이라는 공중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식품표시광고법 등 기본적인 소비자보호법 외에도 방송법과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추가로 적용받는다. 업체 선정, 상품 품질 보증, 광고 표현 등을 깐깐하게 심의받은 후에야 비로소 방송을 편성할 수 있다.

    반면 라방은 표현과 형식에 제한이 없다.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은 TV홈쇼핑과 동일하지만, 인터넷방송이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의 일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욕설·음란·사기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사후 제재가 가해질 뿐이다.

    책임도 ‘오픈마켓’에 가깝다.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통신매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송법상 심의에서 제외된다.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통신판매중개자’여서 상품에 대한 책임도 거의 없다. 라방에서 상품을 샀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플랫폼이 아닌 입점 판매자와 직접 다퉈야 하는 이유다.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허위‧과장 광고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조사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5개 업체에서 송출된 라이브커머스 방송 12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30건(25.0%)의 방송에서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 ▲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라이브 커머스 부당광고 사례 ⓒ한국소비자원
    ▲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라이브 커머스 부당광고 사례 ⓒ한국소비자원
    이 중에서 식품표시광고법의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가 14건(46.7%)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기능식품 광고 6건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사전 광고 심의를 받아야 함에도 심의를 받지 않고 방송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등 화장품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가 6건(20%), 실증자료 없이 최저가 등 절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가 6건(20%), 일반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법 위반 소지 광고가 4건(13.3%)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라방은 정작 막대한 환불·배상이 요구되는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없다'며 빠져나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줄일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통신판매 영상을 녹화 등 방법으로 보존하는 내용과 함께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소비자가 해당 영상을 열람, 보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포함했다. 라방에 따른 피해의 구제를 쉽게 받도록 하는 취지다.

    정부도 뒤늦게 라방 플랫폼의 규제 공백 문제를 인지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법 개정, 과기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라방 시장 규제 가능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으로 알려진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예전 법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입법작업과 별개로 방통위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사자 책임 강화 형태의 일반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방 선진국인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4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5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국 인력자원사회부는 인터넷 마케터, 생방송 마케터 직종을 신설했고 같은해 10월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사이버 거래 감독 관리 방법을, 11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온라인 라방 마케팅 콘텐츠 서비스 관리규정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