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에 빠진 어르신 고객 줄이어, '돈다발' 목격담도'꼭지 잡을까' 두려워하면서도 묻지마 매수 줄이어 코스피 공포지수 55 돌파,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대차잔고 157조·공매도 순보유 15조 등 하락 베팅 급증곱버스에도 1조 유입 … 추격 매수와 공포 심리 동시 확산
  •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7일 오후 한 증권사 영업점에는 주식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일반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창구 상담을 기다리던 50대 A씨는 "작년에도 많이 올랐고, 올해도 엄청 올랐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금 들어가면 늦은 것 아니냐'는 조급함과 '그래도 더 갈 수 있다'는 기대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A씨는 삼성전자를 6만원대에 매수했다가 4만원대까지 하락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는 "오기가 생겨 더 들어가려다 겁이 나서 못 들어갔다"며 "그 뒤로 주가가 20만원을 넘었다. 15만원대일 때도 고민만 하다 또 놓쳤다"고 토로했다. 현재 주가가 21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지금 들어가도 괜찮다고 보지만, 내가 정해둔 가격에 마음이 묶여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투자 시계를 2027년까지로 잡고 있었다. 그는 "AI 거품이 27년 전후로 꺼지면서 살아남을 기업과 죽을 기업이 갈릴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투자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은 전문가도 모른다. 귀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라며 "AI 역시 거품이 있을 수 있다. 메타버스, 3D TV, 증강현실처럼 한때 붐이 일었다가 사라진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객장에 어르신들이 돈다발을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모(FOMO·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추격 매수에 나서는 현상)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객장의 한 직원은 "증시가 천정을 뚫고 상승하자 최근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다"며 "다들 꼭지를 잡는 거 아니냐며 두려워하면서도 매수 주문을 넣는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증권사 창구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돈다발을 들고 와 창구가 마비됐다"는 목격담이 확산되고 있다.  "가방 안에 돈다발이 가득했다", "창구에서 직접 매수·매도 주문을 넣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이용자들은 "진짜 광기의 시작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개미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상 유례없는 단기 급등에 대한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KOSPI Volatility)는 이날 55포인트를 돌파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잔고와 공매도 물량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증시 대차거래 잔액은 157조929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10조9929억원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차거래 잔액은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공매도나 헤지 목적으로 주식을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 국내 시장 특성상 대차잔액은 향후 공매도 가능 물량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공매도 순보유잔고 역시 급증했다. 가장 최근 집계치인 지난 24일 기준 15조498억원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 직후였던 지난해 3월31일 3조9156억원과 비교해 약 4배 늘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순보유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코스피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올해 들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객장에는 추격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한편에선 하락에 대비하는 자금도 동시에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돈이 증시에 몰리면서 두려움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 편중 현상이 심해져, AI 거품론이 확산될 경우 증시 전반에 타격이 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