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또 리콜… 총 14만대 육박LG 배터리 문제시, LG전자-LG엔솔 '충당금' 압박역대급 IPO 흥행 기대 불구 '신뢰 저하' 우려 확산
  • ▲ 볼트 EUV ⓒ한국GM
    ▲ 볼트 EUV ⓒ한국GM
    제너럴 모터스(GM)가 연이은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EV에 대한 추가 리콜 조치를 결정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납품한 배터리가 이번 리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10월 IPO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는 잇단 충당금 반영으로 흥행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최근 10억달러를 들여 볼트EV에 대한 추가 리콜 조치에 나선다. 리콜 대상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팔린 2019~2020년형 모델이다.

    이번 추가 리콜은 지난달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9000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채 안 돼 이뤄진 추가 조치다.

    GM 관계자는 "2017~2019년식 볼트EV 일부 모델에 한해 진행하고 있는 자발적 리콜 조치를 볼트EUV를 포함한 볼트EV 전 모델로 확대한다"며 "화재의 위험성에 대비한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GM에 따르면 볼트EV 차량에 공급된 동일한 배터리 셀에 '음극 탭 결함'과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을 발견, 화재 가능성에 대비해 리콜을 전면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LG의 제조공정과 배터리 팩 분해와 같은 추가 조사를 통해 LG의 충북 오창 공장 외에도 다른 LG의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특정 배터리 셀에 제조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다.

    GM은 예방 차원에서 결함이 있는 볼트EV와 볼트EUV의 배터리 모듈을 새로운 배터리 모듈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GM과 LG는 결함의 원인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C방송에 따르면 기존 리콜과 이번 리콜 조치를 포함한 리콜 대상 볼트EV는 모두 14만2000대에 달하며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18억달러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볼트EV에서 두 건의 화재가 발생했던 것이 리콜 결정의 배경이 됐다.

    볼트EV 차량의 배터리는 NCM622 파우치형 배터리로,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이다. 이를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했다.

    현재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는 공동으로 화재 원인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전망이다.

    LG 측은 "고객사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화재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 ▲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문제는 GM이 볼트EV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을 지목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리콜 비용 상당 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GM이 LG로부터 리콜 비용 배상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10월 말 IPO를 앞두고 리콜 여파에 따른 충당금을 세 번이나 실적에 반영했는데, 또다시 배터리 화재 관련 충당금 발생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져서다.

    LG 측이 10일 볼트EV 리콜 관련 1차 충당금을 정정 공시 시한 일주일을 앞두고 매우 급하게 2분기 실적에 반영한 것도 LG에너지솔루션 IPO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 규모 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발생한 코나EV 리콜 충당금으로 5500억원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으며 올해 2분기에는 ESS 화재 관련 충당금 4000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번 GM의 추가 리콜 조치 발표로 3분기에도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GM과 LG의 볼트EV 화재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IPO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힘입어 배터리 시장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2위의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며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규모는 10조원을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장 후 기사총액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100조원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충당금을 재차 설정하게 될 경우 실적 하락 등으로 IPO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업을 영위하는데 가장 중요한 신뢰도 측면에서 타격도 불가피할 것을 업계는 보고 있다.

    7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180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수주했으며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대규모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성 리스크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이 중단되거나 잠재고객을 잃을 경우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된 리콜 비용 분담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IPO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리콜에 적극 협조해 잘 이행한 뒤 리콜 차량에서 재차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잃었던 신뢰도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