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 속 소재 가치 부각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 소재 신증설 박차"전기차 시장 확대 대비 시장 지배력 강화 차원… 국산화에도 한몫"
  • 리튬이온 배터리 작동 원리. ⓒ포스코
    ▲ 리튬이온 배터리 작동 원리. ⓒ포스코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황금기'에 발맞춰 배터리 소재 설비 규모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 LG 등 배터리 셀 제조업체를 비롯해 포스코,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날로 확장되는 전기차 시장에 발맞춰 배터리 소재 외형 확대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 특성을 결정하며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잡아주며 내부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높은 기계적 강도를 가져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이물질을 막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배터리에는 액체 상태인 전해액을 사용한다.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사이 리튬이온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물질로, 양극과 음극 표면을 안정화하며 배터리 수명을 향상시키는데 이바지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분리막 시장 수요는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8%에 이를 전망이다. 양극재 시장 수요량은 2019년 약 46만t에서 2025년 약 275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수요는 2025년까지 연평균 70%, 전해질 시장 수요도 연평균 약 42%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을 통해 배터리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5월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EC(에틸렌 카보네이트)와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EC와 DMC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중 하나인 전해액에 투입되는 소재로, 양극과 음극간 리튬이온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리튬 염을 잘 용해해 리튬이 완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해액뿐만 아니라 분리막 소재 생산능력도 강화한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에 투입되는 소재 PE(폴리에틸렌)의 생산 규모를 현 4000t에서 2025년까지 10만t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알미늄을 통해서는 배터리용 양극 박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양극 박은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통로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1만2000t 규모의 국내 안산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만8000t에 이르는 양극 박 생산공장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국내외 생산능력은 총 3만t으로 늘어난다.

    롯데알미늄은 전기차 산업 요충지인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유럽 수요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수요에도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 LG화학 청주 양극재 공장 증설 현장. ⓒLG화학
    ▲ LG화학 청주 양극재 공장 증설 현장. ⓒLG화학
    포스코그룹은 원료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에 앞장서고 있다.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는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외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증설 등에 6900억원, 유럽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같은 설비투자로 양극재는 현재 생산능력 4만5000t에서 2030년까지 40만t, 음극재는 4만4000t에서 26만t까지 양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조흑연 음극재 국산화를 위해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2177억원을 투자해 연간 1만6000t 규모의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42만대 공급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완공 시점은 2023년이다.

    양극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에 2023년까지 연산 2만5000t 규모의 리튬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또 니켈 광업·제련 회사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2700억원 인수하는 데 성공해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t의 니켈을 공급받을 전망이다.

    음극재 원료로 사용되는 흑연 수급에도 나섰다. 포스코는 올해 초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의 지분 15%를 82억원에 인수했다.

    이 같은 원료 공급망 강화로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0만t을 자체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동박을 생산하는 SKC를 통해 소재부터 배터리로 이어지는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SKIET는 배터리 성능 향상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을 제조한다.

    SKIET는 5월 성공적인 IPO 이후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장이 모두 가동하는 2025년에는 현재의 세 배인 40억㎡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SKC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SKC는 5월 동박 제조 자회사인 SK넥실리스를 통해 연산 5만t 규모의 배터리용 동박 공장을 유럽 지역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향후 지속적인 투자로 2025년까지 총 생산능력을 20만~25만t 체제로 구축할 계획이다.

    양극재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5월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소재 전문기업 BTR과 약 35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현지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LG그룹은 화학·배터리 계열사인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적극적으로 밸류체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OPM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120억원을 투자했으며 LG화학은 4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에 지분을 투자했다.

    또한 7월 LG전자의 BS(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 산하 화학·전자재료(CEM)사업 부문을 525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이로써 기존 양극재, 음극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CNT 분야에 더해 분리막 등 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전지와 2차전지 소재가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됐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의 2차전지 소재 확장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사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6.2%로 1위를 차지했지만, 소재 부문의 경우 중국 업체 비중이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질 71.7% 등에 달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점유율은 ▲양극재 20.2% ▲음극재 8.7% ▲분리막 11.9% ▲전해질 8.1%에 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와 투자 확대가 소재 수요 확산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배터리 소재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들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대비하기 위해 벨류체인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소재 기업들이 소재 부문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재 국산화에 나서려는 데에서도 투자 확대 목적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