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발전소 절반, 재고량 3일 미만전력수요 회복… 호주-중국 갈등 석탄 값 '급등'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속 국내 기업 '노심초사’
  • ▲ 석탄. ⓒ뉴데일리경제 DB
    ▲ 석탄. ⓒ뉴데일리경제 DB
    두 나라의 인구 총합이 27억명에 달하는 중국과 인도의 석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제한되면 산업 생산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10월1일 기준 인도의 석탄화력발전소 135곳 중 72곳의 석탄 재고가 3일 미만이다. 50곳의 재고도 4~10일 치에 불과하며 10일 이상 재고가 있는 곳은 13곳에 불과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전력부는 1일 기준으로 자국 내 135개 화력발전소의 평균 석탄 재고량이 나흘 치라고 밝혔다. 8월 초 13일 치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인도는 인도네시아, 호주, 남아프리카 등에서 매년 3억~4억t을 수입하고 6억t가량은 국내에서 생산했다. 최근 중국과 유럽에서 석탄 수요가 급증하고, 주요 석탄 수출국인 호주가 중국과 미국 갈등을 빚으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연초보다 140% 이상 급증해 최근 t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중국이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발전용 석탄 사재기에 나선 게 결정타가 됐다. 중국은 올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지한 여파로 전력난에 시달리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석탄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말 전국적인 전력 중단 사태를 겪을 정도로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탄 가격이 폭등하고 석탄 재고가 감소하면서 석탄발전소들이 가동을 줄였다.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 일부 지방의 경우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의 석탄 부족은 잇따른 탄광 사고를 막기 위한 시진핑 지도부의 안전대책 강화, 주요 석탄 수입국인 호주와의 관계 악화로 인한 수입 감소 등 '정치적 요인'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 시진핑 주석이 핵심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는 탄소배출 감소 정책으로 인해 각 지방정부에 탄소 감소 목표가 할당됐고,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지방정부가 고의로 전력생산량을 줄인 것이 전력 부족 사태를 가중시켰다.

    또한 석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아시아 경제가 최근 활기를 띠면서 전력수요는 불가피하다.

    인도의 경우 8~9월 전력 소비량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백신 보급률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많은 인도인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석탄 매장량이 많지만, 최근 장마가 이어지는 우기에 접어들면서 석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수급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인도는 최근 몇달간 외국 석탄 수입을 줄이고 저렴한 국내 석탄 생산·공급을 국영기업을 통해 늘리려고 시도했으나, 폭우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때문에 인도의 화력발전소들은 전력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없어 석탄 수입을 포기하고 있다. 인도는 전체 전력 생산의 53%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어서 석탄재고 부족이 지속될 경우 중국과 같은 대규모 전력난이 우려된다.

    세계 공장이 밀집한 중국과 인도에서 전력난이 심화할 경우 공장 가동이 제한되면서 산업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에 진출한 포스코, LG화학,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현대두산인프라코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 역시 현지 전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과 전력 공급 상황을 주시하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들은 전력사용량이 적은 야간에 공장을 돌리는 방안을 비롯해 생산량 감축까지 고려하고 있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사용량이 많고 정전에 취약한 철강업계나 반도체 업계 같은 경우 전력난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생산라인과 재고를 조정할 수 있는 업계는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공장은 중단되면 재가동하는데 최대 2~3주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난 문제가 현지 법인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 공급망 쇼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회복은 미미한데 물가만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의 전력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등 발전 관련 모든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부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