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41개월 만에 최저치 … 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 촉각한전, 23일 4분기 인상여부 공지 … 지하철·버스요금도 인상 대기상수도요금 등 전국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 발표 … 물가 자극 우려
  • ▲ 한국전력 ⓒ연합
    ▲ 한국전력 ⓒ연합
    4분기(10~11월) 이후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안정세에 접어든 물가를 자극하거나 서민들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고물가로 공공요금을 동결했던 정부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인상 카드를 하나둘 꺼내 들고 있다.

    2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연료비 조정 단가 내역을 오는 23일 공지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매분기(3·6·9·12월)마다 발표되며, 한전이 생산 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 단가를 제출하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동결되어 왔으나, 한전의 누적 적자는 43조원, 총 부채는 20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이 지나면 요금 현실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요금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인상하겠다는 뜻"이라며 정부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요금과 함께 교통요금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지하철 요금을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상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미루는 것은 쉽지 않아 올해 안에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도 버스요금도 내년부터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버스 노사가 이달 초 임금 7% 인상에 합의함에 따라, 임금 인상에 따른 버스 업체 부담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다음달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힌 상태다. 부산시는 다음달부터 상수도 요금을 7% 인상하고, 포항시도 10월 고지분부터 5년간 매년 6.8%씩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오는 2026년까지 3차례에 걸쳐 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혔으며, 평창군에서도 2012년 이후 동결된 수도 요금을 내년부터 3년간 25% 인상할 예정이다.

    저마다 공공요금 인상에 나선 이유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간 요금 인상을 유보했지만, 오랜 기간 원가 상승 등 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3%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대로 떨어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는 3년 만에 1%대 상승폭을 보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물가여서 그동안 많이 억제해 왔던 것이 사실인데, 최근 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에 가까워졌다"며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만큼 기존에 올리지 못했던 인상을 정상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부터 줄줄이 예고되면서 물가 자극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을 포함해 공공요금 부분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러 가지 재무 상황과 관련된 글로벌 시장의 가격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올릴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산업부는 공공요금 인상 부담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악화할 것 등을 우려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를 상향하고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에너지 복지를 더욱 두텁게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