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바이든 정부서 갈등 지속"…11월 중간선거에 압박 고삐글로벌 新무역체제 놓고도 으르렁…RCEP vs CPTPP 견제
  •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부 불안요인이 올해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을 가져오지는 않을 거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돌발변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불안요인이 자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날로 격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은 세계 경제의 하방리스크로 꼽힌다.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함께 대(對)중국 포위망을 확대하고 있다.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유도하는 모습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하려는 방편으로 이해된다. 올 하반기 예고된 제20차 당 대회에서 국가주석 3번째 연임(총 임기 15년으로 연장)으로 연결될 당 총서기직 유임을 확정하려는 시 주석은 올해 국내외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지난달 8∼10일 열린 중국의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안정'을 뜻하는 '온(穩)' 자가 25차례 등장한 데서 알 수 있듯 중국 지도부는 새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 지도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에 우리나라처럼 샌드위치 신세가 된 주변국의 딜레마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으로선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압박에 보조를 안 맞출 수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대중 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어 올해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의원·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대중국 압박의 고삐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글로벌 교역환경이 나아질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로 전통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왔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글로벌 교역 확대를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면 대중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중 전략을 펼 거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자유무역,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 성향이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대중국 압박 기조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문제는 이런 갈등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초 내놓은 KDI 포커스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가치사슬(GVC)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루지 못한 기술 탈취 등 지식재산권 위배와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국유기업보조금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 KB국민은행 딜링룸에 표시된 세계지도.ⓒ연합뉴스
    ▲ KB국민은행 딜링룸에 표시된 세계지도.ⓒ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기름을 부은 가운데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전략적 블록화 경향이 거세지는 것도 우리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하는 새 무역질서가 잇따라 논의되고 출범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따져야 하지만, 무역질서 재편 역시 미·중 갈등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모양새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우선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새해 들어서 발효됐다. RCEP는 무역규모 5조4000억 달러, 국내총생산(GDP) 26조3000억 달러, 인구 22억6000만명 등 전 세계의 30%쯤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애초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항마 성격이 강했다.

    우리나라는 다자간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4월 가입신청을 벼르고 있다. CPTPP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TPP에서 탈퇴하자 일본·호주·멕시코 등 나머지 11개국이 2018년 말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지난해 초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CPTPP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CPTPP 참여 11개국의 GDP는 전 세계의 12.8%인 11조20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전 세계 무역액의 15.2%인 5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CPTPP에 참여하면 전 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5억여명의 거대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CPTPP 회원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23.2%를 차지한다. 대외·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CPTPP는 애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도한 TPP가 근간이다. 중국도 가입을 신청했지만, 만장일치로 가입을 결정하는 CPTPP 방식을 고려할 때 가입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RCEP와 CPTPP는 미·중 양국이 서로를 견제하려는 차원에서 추진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설상가상 미국은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경제, 인프라, 탈탄소화 등과 관련해 동맹·우방국 중심의 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인도-태평양 다자 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상을 제안한 상태다. IPEF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대중국 견제협정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 낀 나라들에 추가적인 심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3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경협효과, 외교·안보적 고려, 기업 영향, 주요국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 여부와 협력수준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