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9억원 계약 이틀 뒤 소유권 이전 … 사업시행자 지정 전 속전속결 등기서울 양도 제한 128곳 … 재건축 79곳·재개발 49곳 거래 제약분담금 늘어도 매각 어려워 … 서울시, 21개 자치구 3년 완화 건의
  • ▲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네이버 로드뷰
    ▲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네이버 로드뷰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기존 소유주의 주택 처분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이틀 만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배경에도 해당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대법원 등기부등본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공동 소유했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면적 164㎡는 지난 14일 29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소유권은 이틀 뒤인 16일 김모씨와 조모씨 공동명의로 이전됐다.

    이 대통령 부부는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공동매수인을 상대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도 설정했다. 금융회사가 통상 대출금의 120%가량을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미지급 잔금은 14억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업계에서는 양지마을의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전에 매수인의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소유권부터 넘긴 뒤, 나머지 잔금을 근저당권으로 담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돼 사업시행자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정 이후 소유권이 넘어가면 매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적용받는 정비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의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사업장은 총 128곳이다. 재건축 79곳과 재개발 49곳이 포함됐다.

    목동신시가지 주요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반포미도1차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도 제한 대상이다. 아직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업장들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들어가면 적용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건축물이나 토지를 취득한 사람의 조합원 지위 승계를 제한한다. 해당 시점 이후 주택을 매수하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매매뿐 아니라 증여 등 권리 변동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근무나 생업을 위한 이전, 장기간의 질병 치료, 상속주택 처분, 해외 이주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정비사업장에도 예외가 적용된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거나, 사업시행인가 후 3년 안에 착공하지 못한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소유주에게 지위 양도가 허용된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양도 제한이 풀렸다가 다시 적용된 대표 사례다. 이 단지는 2013년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2016년 9월부터 약 1년간 양도가 허용됐다.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 이후 거래가 다시 제한됐지만 3년 동안 착공하지 못하면서 2020년 9월부터 양도가 가능해졌다. 이후 2024년 3월 착공에 들어가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다시 적용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2013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2016년 말부터 약 10년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달 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법정 예외 사유가 없는 매물은 다시 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과 사업 장기화로 조합원 분담금이 불어나도 집을 팔고 사업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늘면 공사비 증액이나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둘러싼 조합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노후자금 마련 등으로 이사가 필요한 장기 보유자도 매각에 제약을 받는다. 반대로 분담금과 사업비를 부담할 자금 여력이 있는 새 소유자의 유입도 막혀 분담금 연체와 이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새로 적용받은 117개 정비구역을 조사한 결과 관련 고충은 127건으로 집계됐다. 분담금 부담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거 이전 제약 33건, 상속 등 기타 사유가 30건이었다.

    서울시는 새롭게 규제를 적용받은 21개 자치구 정비구역에 대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제도 취지와 장기 보유자의 재산권 보호 사이에서 양도 제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