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아파트에 '집주인 대출 6억'…대출절벽이 만든 부동산 시장 기현상'질' 놓치고 '양'만 조인 대출 규제…거래 당사자 간 사적 채권·채무 부추겨
  • ▲ 네이버 부동산 캡처 ⓒ
    ▲ 네이버 부동산 캡처 ⓒ
    매매가 20억원 상당의 아파트 거래에서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6억원을 대출해주겠다는 매물이 등장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매수자의 자금 확보가 가로막히자, 매도인이 직접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매도인 금융(Seller Financing)' 방식까지 동원되는 모양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자택 매도 과정에서 매수자에게 17억원 상당의 잔금을 유예해 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거래 형태가 주목받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대출 규제 피로감으로 인해 잔금 유예 등 사적 채권·채무를 활용한 우회 거래 매물이 등장하고 있던 상황이다. 결국 대출의 '질'보다 총량과 한도 등 '양적 규제'에만 매몰된 부동산 정책이 주택금융을 제도권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 소재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면적 59㎡ 매물에는 최근 '집주인 대출 6억원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해당 매물의 매매가는 20억원이다.

    현행 규제상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시중은행을 통해 최대 4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최대 한도로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16억원의 현금이 필요한데 이 중 6억원을 매도자가 사금융 형태로 융통해 주겠다는 의미다. 매매가 28억6000만원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매물 역시 매도인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제시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29억원 상당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시장에서는 규제 한계에 다다른 고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사적 신용공급 거래 방식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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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부동산 캡처 ⓒ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6·27, 10·15 대책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강하게 조였다. 현재 주택 가격별 대출 한도는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최대 2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인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면서 매수자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분이 시급한 매도자들이 직접 자금 공급에 나서고 있다. '집주인 대출 근저당 최대 10억 가능' 이라는 제목의 부동산 커뮤니티 글에는 "최근 대출 이슈로 매수자가 고민하다 계약 성사가 두 차례나 불발됐다"며 "은행 대출이 불안하거나 자본은 적지만 소득이 높은 매수자라면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총량에 가로막혀 제도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실수요자와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를 넘어, 매도인이 직접 채권자로 나서는 '사금융 및 잔금 유예' 영역으로까지 튕겨 나가고 있는 셈이다.

    매수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사적 대출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사적 대출 방식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준 격이 아니냐"며 "집주인이 대출을 해주는 매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