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분양가 差, 상한제 이전보다 두 배 '껑충'자잿값 등 현장 인플레에 기본형 건축비 인상 가능성분양가 상승 불가피… 주택사업 경기 전망도 '부정적'
  • ▲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건설현장. 5월17일. ⓒ연합뉴스
    ▲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건설현장. 5월17일. ⓒ연합뉴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와 매매가 격차 확대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릴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국정과제로 공식화한 만큼 부동산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다.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2230만원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20년보다 355만원 올랐다.

    반면 평균 분양가는 같은기간 82만원 떨어졌다. 2020년 480만원이었던 분양가와 매매가 차이는 지난해 917만원까지 벌어졌다. 분양가와 매매가 격차가 커진 것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해석된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참여정부때 본격적으로 시행하다가 2015년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실수요자에게 저렴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로 도심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분양가 산정 방식에서는 원가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적정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분양가 산정 방식 개정을 통해 현재 무조건 주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는 분양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윤 정부도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개선을 약속했다. 윤 정부는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취임 이후 분양가상한제 합리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본격적인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16일 취임식에서 밝힌 "수요가 몰린 도심 내 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분양가상한제 합리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최근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구체적인 주택 공급대책 발표 때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산비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나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시세보다 훨씬 싼 '로또 아파트'가 나온 것도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며 "시세에 맞는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자잿값 폭등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철근값은 t당 75만원에서 올해 112만원으로 49.3% 올랐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뛰면서 공사업체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도 인상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건설자재 가격과 노무비 등을 반영해 매년 두 차례 기본형 건축비를 고시한다.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자잿값이 15% 이상 변동되면 건축비를 다시 고시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에도 33% 상승한 고강도 철근 가격을 반영해 건축비를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6월 기본형 건축비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부 중소 건설사들이 수익성 문제로 수주 공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만큼 현장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며 "공급자들은 최소한의 마진을 위해서라도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사업 전망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곳을 대상으로 주택건설사업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5월 주택사업전망지수는 전월 101.2에 비해 18.6p 악화한 82.6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특히 전국 자재 수급 지수가 같은 기간 69.0에서 56.1로 12.9p 떨어졌다.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시멘트, 철근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강현 주산연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