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공매제도 보완 방안 발표…"처벌 강화"개인투자자 요구해온 상환기간 요건 빠져"공매주체 수익 39배 높아…기울어진 운동장 방치"
  •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은닉재산까지 찾아 환수한다는 게 골자다. 그간 공매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해온 기관 상환기간 요건 축소 등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알맹이 없는 사후약방문 대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와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과열종목 지정제에 대한 합리적 운영 ▲개인 공매도 상환기간 제약 해소 및 대주 물량 확대를 통한 활용여건 확대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정한 수사·처벌을 위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즉시 활용하기로 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대폭 확대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한다.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를 보완해 주요 증권사의 공매도 규정 위반을 계기로 폭발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까지 나서며 공매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당국이 공개한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을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하며 요구해온 상환기간 조정은 개선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라고 불만을 표해왔다. 현재 개인투자자 공매도 상환기한은 90일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외국인과 기관은 별도의 상환 기한이 없어 빌린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된 셈이다. 정보력과 자금력이 열세인 개인투자자가 오히려 주가 상승에 대한 위험 부담을 크게 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1월 임은아 한양대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에 따르면 공매도 주체가 개인투자자 대비 39배 많은 수익을 챙겼다. 

    지난 2016년 6월~2019년 6월 3년간 일별 공매도 및 신용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가운데 신용거래 금액은 547조9270억원으로 공매도 금액 309조8133억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그러나 수익금은 공매도가 9176억원, 신용거래가 234억원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금액은 절반 수준인데 수익은 약 39배 많이 낸 것이다. 신용거래량은 전체 시장 거래량의 8.69%로 공매도 거래량(1.46%)보다 약 6배 많았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 근절을 외치는 당국과 개인투자자 간 해법 차이는 뚜렷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매도 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불법 공매도가 시장 신뢰를 떨어트려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일반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불법 공매도 단속이 미진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철저하게 해 국민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해당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가 아니라 공매도 자체의 상환 기간을 주지 않는 시스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하게 상환기한을 통일하고 기관·외국인 담보비율도 올려야 한다고 했더니 그런 보완책은 없이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만 하향하는 걸 보면서 실망이 컸다"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대책이 처벌에 방점이 찍힌 사후약방문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처벌보다 더 중요한 건 불법 공매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것"이라면서 "이번 방안은 사후 대책에 치중해 있다.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가 크다는 걸 금융당국만 모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당국은 개인들의 피해와 요구를 끝끝내 묵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공매도는 특이하게도 외국인이 80%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불평등한 운동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00전 98패 하도록 방치하는 건 정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