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 물러난지 1년, 605억 사회환원은 아직재단설립 제반작업 진행했지만 수사 이유로 중단길어지는 수사에 김 前 회장 약속이행 미지수
  • ▲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뉴데일리
    ▲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뉴데일리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약속한 공익 재단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1년 전 발생했던 SG증권발(發)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한 수사가 길어지고 있는 탓이다. 최종 결론까지 장기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키움증권의 공익 재단설립이 연내는 물론 '무한 대기' 처사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초까지 진행 중이었던 키움증권의 공익재단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재단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제반작업을 진행중이었던 가운데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길어지면서 공익재단 설립 작업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공익재단 설립은 김 전 회장이 약속한 사회 환원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사퇴와 동시 주식 매각대금 약 605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다우데이타 지분 140만주를 처분해 현금화했다. 당시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사태로 주가가 20% 이상 급락한 바 있는데, 어수선한 시점에 지분을 처분한 김 전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진 책임론'이 가중되면서 김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당시 지배구조가 어느정도 정리됐고 승계 작업 모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너 일가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키움증권은 '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키움인베스트먼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다우데이타의 기존 최대주주는 김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었는데, 2021년 10월 지분을 증여하면서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가 이머니로 바뀌었다. 이머니의 최대주주는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다. 이미 안정된 지배구조로 배당 등 실익을 오너 집안이 가져가는 구조다.

    지배구조 논란 속에서도 김 전 회장의 사회환원 발언 자체는 논란은 잠재우기 충분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초기에만 재단설립에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이후 올 초까지 그렇다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수사 지연을 이유로 재단설립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당시 키움증권 측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적격한 이사 및 감사 인사를 아직 고려중이다"고 밝힌 데 이어 현재는 "수사가 종결된 뒤 진행하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의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통상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기업 내 전반적인 사정에는 밝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재단설립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과도 직결돼 김 전 회장이 직접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했지만 1년째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면피성 사회환원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수사가 지연되면서 향후 공익재단 설립의 우선순위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가조작 사태의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사태의 책임을 키움증권과 김 전 회장에게 돌리면서 양 측간 팽팽한 대립이 맞선 상태다. 특히 라 대표의 1심 결과는 9월 경 마무리될 전망에 키움증권과 연계된 사건의 최종 판결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익명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1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사회환원 발언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물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재단 설립이 최종적으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익래 전 회장의 주식 매도 과정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주가폭락 전 대량 매도 자체가 우연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한차례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