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친정체제 구축…"세계질서 강경 대응"미중 무역전쟁 심화 예상…양안문제 최대 변수우크라사태와 다른 위협요인…제2요소수 사태 우려
  • ▲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최고지도부 친정체제 구축.ⓒ연합뉴스
    ▲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최고지도부 친정체제 구축.ⓒ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총 임기 '15년 플러스알파(+α)'의 장기 집권체제 문을 열었다. 시진핑 3연임은 미·중 갈등이 극적인 변곡점없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가 첨예한 가운데 공급망 차질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않을 전망이다.

    ◇집권 3기 출범… 1인 장기집권 체계 구축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통해 지난 23일 시 주석을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했다. 시 주석은 내년 3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을 확정하며 당·정·군 '3권'을 장악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7인으로 이뤄진 중국 최고 지도부(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리창(63) 상하이시 당 서기, 차이치(67) 베이징시 당 서기, 딩쉐샹(60)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66) 광둥성 당 서기 등 측근 그룹인 이른바 '시자쥔(習家軍)' 인사를 새로 기용했다. 시 주석의 책사로 자리매김한 왕후닝(67), 시 주석 반부패 드라이브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자오러지(65)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아온 후춘화 부총리는 정치국 위원으로도 뽑히지 못하는 등 다른 파벌은 사실상 전멸했다. 지난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집권한 시 주석이 완전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총 임기 15년 이상의 장기 집권체제로 들어선 셈이다.
  • ▲ 미중 갈등.ⓒ연합뉴스
    ▲ 미중 갈등.ⓒ연합뉴스
    ◇미중 갈등 격화 지속… 글로벌 공급망 불안요인

    시진핑 3기의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만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당 업무보고에서 "위험한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 정세를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신속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혁개방 이후 전례 없는 1인 지배체제를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대만을 지원하고 나선 미국, 기술 병목현상에 대한 중국의 취약성,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서방 주도 동맹의 군사력 등을 중국에 대한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의 특징은 과감한 투쟁이다", "패권을 장악한 위압적 국가에 맞서겠다" 등의 발언으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을 견제하는 노선을 채택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미·중 갈등은 격화했고 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도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한국으로선 신냉전 체계 하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계속 해야 하는 처지다. 지정학적 특성상 중국의 크고 작은 변화는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친(親)중국 성향의 직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우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인 '칩4 동맹' 등 새 경제통상 환경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통상 협력체제가 대(對)중국 견제·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동향분석팀은 2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경제제재의 주요 특징·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중 간 상호 경제제재가 심화하면서) 반대편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약될 가능성에도 양 경제블록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위험이 있다"며 "(미·중 갈등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교역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경제제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양안 문제는 화약고에 비유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국이 이르면 올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선 3일에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 주석이) 2027년이 지나기 전에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가 보기에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 약속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 대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대만 독립에 대한 단호한 반대 및 억제 의지를 명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대만과 중국이 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직접적, 1차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에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거라는 얘기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전쟁으로 각종 원자재 수출을 막는다면 지난해 홍역을 치렀던 제2의 요소수 품귀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선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이 '제2의 중국발(發) 요소수'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