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취임 후 첫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메시지 없이 행사 대폭 축소취임식·취임사 따로 없었던 이 회장… 조용한 뉴삼성 출발'실리 위주 경영' 의지 및 이태원 참사 등 사회 분위기 반영
  • ▲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협력사 DK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 ⓒ삼성전자
    ▲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협력사 DK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조용하게 지낸다. 따로 취임식이나 취임사도 없이 곧바로 경영 행보에 돌입한 이 회장이 허례허식 없이 경영에 집중하고 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1일 오전 53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경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예년과 같이 대표이사의 창립기념사 발표와 임직원 포상 등 핵심적인 부분만 진행하고 공연 등은 취소해 간소하게 치러진다. 대신 행사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 시간을 갖는다.

    얼마 전 공식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는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통해 부회장 역할을 맡아온지 1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는데, 이때도 따로 취임식을 갖거나 취임사를 발표하지 않고 조용하게 경영 행보를 이었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날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맞아 회장으로서 뉴삼성의 첫 메시지를 내놓고 취임식을 갈음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회장으로서 경영에 전념하는데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게다가 앞서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점을 고려해 창립기념일 행사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전날 사내 게시판에 애도 메시지를 내고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은 국가 애도 기간 희생자 추모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에 창립기념일을 맞이하게 된 영향도 있지만 이미 취임식 없이 조용하게 뉴삼성을 이끌어가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이미 지난 10년 동안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왔기에 회장직에 오른 것 자체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아왔던 최근 7년 여 동안 제대로 경영에 나서지 못해 해결해야 할 현안과 미래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점도 이 회장이 취임식 대신 곧바로 경영 행보에 나선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갇혀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지난 기간동안 글로벌 ICT 산업은 빠르게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는데 그 가운데 삼성은 시기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까닭에 이 회장이 마음에 짐을 갖고 최대한 빠르게 경영 복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빅딜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 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건을 추진하는데도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이달이나 돼서야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 회장이 이사회 동의만 거쳐 빠르게 경영에 복귀한 것도 시급한 현안을 직접 들여다보고 해결에 나서기 위함이 컸을 것"이라고 봤다.

    이 회장이 취임식이나 취임 메시지 없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뉴삼성의 앞으로 기조를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면서 삼성에 가해지는 비판의 시선이 더 날카로운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해 뉴삼성을 꾸려가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사업들에 다시 추진력을 불어넣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게 독려하고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