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 비율 급증2024년 추정치 66배…'법정 한도' 웃돌아'나쁜 전세인' 보증 사고로 대위변제 등 손실 '쑥'미가입 과태료 소액 그치고 보증금 반환 기간도 길어
  • ▲ 서울시내 주택 밀집지역. 221019 ⓒ연합뉴스
    ▲ 서울시내 주택 밀집지역. 221019 ⓒ연합뉴스
    소위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인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도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보증상품 공급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증보험 제도의 허점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받은 '공사 보증 배수 현황 및 추정치(9월 말 기준)'에 따르면 HUG의 보증 배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HUG의 보증 배수는 지난해 49.2배에서 올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내년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산출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4년에는 보증 배수가 66.5배에 달해 법정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보증금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HUG는 어떠한 보증상품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전세살이 서민들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는 전세금 반환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HUG의 전망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당시 HUG가 분석한 내년 보증 배수 추정치는 58.6배였으나, 불과 한 달 만에 1.1p 상승했다. 2024년 전망치도 64.6배에서 1.9p 올랐다.

    HUG 관계자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및 임대 보증금 보증 수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주택시장 침체로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자 HUG의 각종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 1월부터 HUG의 부동산 PF 보증을 5조원 증액하고, 미분양 PF 보증을 5조원 신설했다.

    일각에서는 HUG의 보증 지원 금액이 늘면 보증 배수가 예상보다 더 빨리 법정 한도를 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측은 "HUG의 보증 배수는 현재 53배 수준으로, 법정 보증 배수인 60배를 밑돌고 있다"며 "HUG 보증 전체 규모가 58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PF 보증 5조원 신규 발급만으로 HUG의 법정 보증 한도를 초과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는 9월 '전세 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통해 보증료 부담 등으로 가입률이 18%에 불과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확대를 위한 보증료 지원을 약속했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보증 배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 건수도 852건으로 HUG가 관련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2020년 4682억원, 2021년에는 579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1월까지의 사고금액이 9854억원으로 12월 사고금액을 합하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증사고 급증으로 대위변제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위변제액은 2019년 2836억원에서 2020년 4415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504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1월까지의 대위변제 금액은 그보다 많은 7690억원으로 집계됐다.

    HUG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인한 보증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HUG는 특히 안정적 보증 건전성 유지(보증 배수 55배)를 위해서는 1조6841억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 사기에서 국민을 직접 구제하는 수단인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HUG에 대한 정부 출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후 국토부에서는 반환보증 가입 확대를 위해 보증료 지원을 늘리는 것과 함께 전세 보증 수요를 감당할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증 여력 확보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부 출자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HUG에 출자할 용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 측은 "최근 전세 사기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해 HUG 대위변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HUG의 보증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법정 보증 배수 상향 등 다양한 방안을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HUG 보증보험 제도의 허점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꼬집었다.

    실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채를 사들여 주택임대사업을 영위해 온 정모씨(40대, 남)는 지난해 7월30일 사망했다.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망 이후인 다음 달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자서명을 한 것이 확인됐다.

    보증보험은 모든 임대업자가 의무적으로 발급을 받아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더라도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 보증비율도 전액인 경우가 많지 않다.

    또한 임대인이 보유 중인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지 않으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보증금 반환 기간도 너무 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보증 배수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피해 대응 및 지원 매뉴얼 구축 등 정부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빌라왕'들의 잇단 사망으로 임차인들의 불안이 고조되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HUG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1만8046가구가 보증보험을 발급받았다. 이에 올해 한 해 23만2812가구가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23만2150가구를 웃도는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 발급 금액도 54조2280억원으로 파악되면서 지난해 51조5508억원을 뛰어넘었다.

    보증보험 가입자는 2013년 9월 출시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3941가구 △2016년 2만4460가구 △2017년 4만3918가구 △2018년 8만9351가구 △2019년 15만695가구 △2020년 17만9374가구 △2021년 23만2150가구로, 불과 6년 만에 60배 가까이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