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 노동계 원로 간담회… 양대노총 지도부 출신이정식 장관 "과거 전투적 노동운동에 매몰돼선 안돼""회계장부 미제출 노조에 무관용 대응… 올해부터 지원 배제"
  • ▲ 노동부장관-노동계 원로 간담회.ⓒ연합뉴스
    ▲ 노동부장관-노동계 원로 간담회.ⓒ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노동계 원로들을 만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참석한 원로들이 모두 양대노총의 지도부 출신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장관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이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노동계 원로 7인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노진귀 전 정책본부장, 이병균 전 사무총장과 오길성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 문성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이원보 노사발전재단 이사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등 노동계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7명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7월 있었던 노동계 원로 초청 간담회와 견줬을 때 전직 양대노총 관계자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원칙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인사말에서 최근 논란이 된 노조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정부는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회계 관련 법령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노조는 올해부터 지원 사업에서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동 개혁의 시작은 노동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는 노사 법치 확립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혈세를 지원받고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과 보호를 받으면서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일부 노조의 회계 자료 미제출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이달 1∼15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등 총 327곳에 대해 회계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전체의 36.7%에 해당하는 120곳 만이 자료를 제출했다. 대다수 노조는 회계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노동부는 자료 미제출 노조에 소명 기회를 준 뒤 합당한 이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노조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더는 과거의 전투적인 노동 운동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1987년 노동 체제는 권위주의적 노동 통제에 저항하면서 형성된 만큼 대립적·전투적 관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너 죽고 나 살자'식 관계로는 우리 모두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이 장관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의 부당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이 장관은 "법안이 통과되면 파업은 일상화될 것"이라며 "노사 관계 발전과 약자 보호를 위해 국회에서 신중히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노조 탄압'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길은 특정 집단이나 소수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다수의 보통 노동자, 취약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생과 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노조도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 원로들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다양한 제언을 했다. 원로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조선업 분야를 시작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