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눈덩이… 올해 지원금 1599억원 일부 축소 불가피전력기금 통한 정부출연도 내년부터 줄여… 기금 목적에 안맞아한전 500억원 사내대출·한전공대 출연금 무단전용 등 여론도 악화
  • ▲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전경.ⓒ연합뉴스
    ▲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KENTECH)의 출연금을 줄이기로 했다. 주 책임기관인 한국전력공사는 수조 원대 적자난을 앓고 있어 곤궁한 처지고, 정부가 지원하는 출연금도 결국 국민에게 걷어서 지원한다는 따가운 시선이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한전공대가 개교 1년여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공대의 출연금을 두고 관계부처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이 올해 한전공대에 지급하는 출연금을 기존 1599억 원에서 일부 줄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전기요금에 함께 부과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주는 금액은 기존 310억 원을 유지한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남지역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 '글로벌 에너지 분야 우수 인재 육성' 등의 가치를 내세웠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 3월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에 일부 시설이 개교했다. 그동안 한전과 정부, 전남도·나주시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출연금을 대 운영을 뒷받침해 왔다.

    오는 2031년까지 한전공대 운영에 들어갈 비용은 1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전을 비롯한 10개 계열사는 2020~2022년 총 1724억 원의 출연금을 댔다. 올해 계획한 금액은 1599억 원이다. 한전 등은 앞으로 3년 동안 3600억 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한전공대는 현재로선 자립할 방안이 없어 사실상 공적 지원에 의존하는 상태다. 출연금을 대는 한전과 정부 등의 상황이 녹록잖을 때에는 '애물단지'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한국전력.ⓒ연합뉴스
    ▲ 한국전력.ⓒ연합뉴스
    문제는 출연금을 대는 한전의 경영악화와 따가운 국민 여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탈원전 정책 여파로 지난해 32조 6000억 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6조 2000억 원의 추가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는 총 4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심각한 재정난에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1000억 원대의 출연금은 경영 악화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시선도 따갑다. 뒷북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키운 상황에서 여당이 공개한 한전의 '업무진단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지난해 정부·지자체로부터 받은 출연금 391억 원 중 절반쯤에 달하는 208억 원을 임직원 인건비를 올리는 데 사용했다. 법인카드로 업무와 무관한 음향기기, 신발건조기 등을 16억 7000만 원이나 결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한전이 악화한 재무 상태에도 500억 원에 이르는 사내 대출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 출연금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국민에게 추가로 부과하고 이를 통해 전력기금을 조성한다. 애초 전력기금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전공대 지원에 전력기금을 사용한다. 지난해 처음 267억 원을 출연했고 올해는 310억 원이 예정돼 있다. 결국 국민에게서 수백억 원의 돈을 걷어 한전공대에 퍼주는 셈이다.

    정부는 일단 출연금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앞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한전이 내놓은 최종 자구안(25조7000억 원 규모)에는 한전공대 출연금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정부는 전력기금을 활용한 출연도 내년부터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금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한전공대 지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재학 중인 학생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를 이어간다는 태도다. 출연금 삭감에 따른 부작용들을 살피고 있다. 현재 한전공대에 재학생은 1~2학년 합쳐 2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