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단위당 2만~2.5만弗 높은 가격에…빅테크도 자체 개발 뛰어들어삼성·SK "내년 수요 성장 2배" 자신한 이유…엔비디아·AMD 외 고객사 유치 경쟁 치열할듯차세대 HBM3e·HBM4 개발 속도…기술리더십 및 양산 속도가 경쟁력
  •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인공지능(AI)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내년부턴 구글이나 아마존 등 빅테크까지 고객사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HBM 주요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내년 이후 HBM 사업 2배 이상 성장을 자신한 것도 이 같은 수요 확대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인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자체 AI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 이후에는 HBM의 주요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구글과 AWS는 이미 HBM3 또는 HBM3의 후속 버전인 HBM3e를 활용해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에 한창이다"라며 "이들에 더불어 북미와 중국의 다른 클라우드서비스 공급자(CSP)들도 자체 칩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어 향후 AI 칩 시장 경쟁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글과 AW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이다. 현재 AI 서버에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엔비디아와 AMD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빅테크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들에게 GPU를 공급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인 'H100'이나 'H800'은 단위당 2만 달러에서 2만5000달러다. 게다가 이 GPU가 AI 서버당 8개 이상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서버 구축에만 단위당 2억 원에서 2억 6000만 원까지 든다는 얘기다. 앞으로 AI 서버 용량이 더 커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GPU와 HBM의 용량도 몇 배씩 커지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구글은 자체 AI칩인 '구글 텐서 프로세싱 유닛(Google Tensor Processing Unit, TPU)'을 개발하는데 상당 부분 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WS도 지난해 말 추론형 AI 반도체인 '인퍼런시아(Inferentia)'의 두번째 모델을 공개한 것은 물론 이미 데이터센터와 AI 스피커 '알렉사' 등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외에도 애플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가장 화두로 삼고 추진하는게 자체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메타도 최근 자체 설계 반도체인 '메타 확장형 비디오 프로세서(MSVP)'와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4년 전부터 AI 칩 개발을 시작해 '아테나'라는 제품을 내놨고 TSMC에서 생산해 내년 초면 출시될 예정이다.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이렇게 빅테크 대부분에서 자체 AI 칩을 출시하면 여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HBM의 수요처는 더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는 SK하이닉스와 삼성 같은 HBM 공급사가 엔비디아와 AMD 같은 GPU 제조사를 고객으로 잡지 못하면 사업이 어려운 구조지만 빠르면 내년부턴 글로벌 빅테크들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의 직접 고객사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도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을 일찌감치 파악해 내년 이후부턴 HBM 수요가 올해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2일 서울에서 비공개 사업설명회(IR)를 열고 "내년 HBM시장이 물량 기준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시장조사업체들이 HBM 시장이 향후 5년 간 연평균 3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SK하이닉스가 이를 뛰어넘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한 것이다.

    삼성도 HBM의 성장 가능성에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은 "최근 생성형 AI시장 성장으로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이미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고 내년엔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 수요가 폭발하는 내년 이후엔 기술 경쟁도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선 기술력으로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엔 4세대 HBM인 HBM3와 함께 후속 제품인 HBM3e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HBM3를 독점 생산, 공급하고 있지만 조만간 삼성이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1분기 중에는 양사 모두 후속 제품인 HBM3e를 시범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에 비해 HBM 기술력에서 뒤쳐진 미국 마이크론은 HBM3 개발과 생산을 건너뛰고 HBM3e 단계로 직접 넘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시범 생산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턴 HBM3e의 대량 생산이 이뤄진 이후에도 기술 주도권 확보 경쟁은 이어진다. 오는 2026년에는 5세대 제품인 HBM4가 개발되며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며 HBM 시장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