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학병원 '전멸' 지난 20년간 누적적자 1740억 쌓여교수협의회 등 반발… 가처분 신청에 교육부 감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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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는다. 이로써 서울 중심부인 중구 내 대학병원은 전부 사라지게 된다. 인제학원 이사회가 폐원을 결정한 이유는 경영난 때문인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교직원들이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31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병원의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가 중단된다. 1941년 일제강점기에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해 국내 의료의 역사와 맥을 같이 했지만 결국 폐원을 미루진 못했다. 

    중앙대학교 필동병원(2004년),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제일병원(2021년)에 이어 서울백병원도 문을 닫으면서 서울 중구에는 대학병원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년간 계속해서 적자를 내 누적적자가 1740억원을 넘었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TF를 운영해 병상수와 인건비 등을 줄이고 리모델링 등에 매년 30억∼50억원을 투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6월 인제학원 측은 "경영정상화 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며 "새 병원 건립과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병원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교수협의회 등 교직원이 이에 반발하고 서울시도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폐원을 둘러싼 갈등은 격화됐다.

    서울백병원 교수 24명과 직원 240명은 지난 5일 학교법인 인제학원을 상대로 서울백병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또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의 적자를 고의로 과장해 폐원이 불가피한 것처럼 위장했다며 일선 교수들이 교육부에 인제학원 감사를 청구하는 요청서와 탄원서를 제출했다. 

    폐원과 관련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여전히 서울백병원 폐원을 인정할 수 없으며 폐원 결정과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과 부정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벌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립학교법과 정관을 위반해 폐원 의결 △교직원과 아무 상의 없이 6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진료종료 통보 △이사장이 아닌 상임이사가 전결로 폐원 업무를 처리한 정황 등을 위법 사안으로 지목했다.

    한편 교직원들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에서 수도권(상계백·일산백) 병원 전보자는 내달 1일까지, 부산(부산백·해운대백) 지역 병원 전보자는 4일까지 소집을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런 부산 지역 전보발령으로 인해 사직서를 제출해야만 직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