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일본 투자자 급증…日 주식 보관액 34% 증가日 증시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원‧엔 환율 최저 시너지금투업계, 일학개미 겨냥 상품 출시 및 기업 분석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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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일본 주식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역대급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일학개미'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일제히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 및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액은 34억3649만달러(약 4조5843억원)로 지난해 말(26억1109만달러) 대비 31.6% 늘어났다. 

    결제금액으로 봤을 때도 올해 상반기 기준 매수 금액(7억7514만달러)이 매도 금액(6억4312만달러)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건수에서도 매수(4만4752건)가 매도(2만7098건)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일학개미가 늘어난 건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더불어 일본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 전일 기준 도쿄 주식시장에서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만3036.76으로, 작년 말(2만6094.50) 대비 26.6%나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엔저(低) 현상이 장기화하는 점도 일본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환차익을 기대하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6.10원으로, 올해 들어 7% 이상 하락했다. 지난 7월엔 100엔당 800원대 후반까지 내려 지난 2015년 이후 약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일학개미 잡기에 한창이다. 이들은 엔화 환차익을 노린 상품을 출시하거나 일본 기업 분석을 늘리는 동시에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최근 KB증권은 리서치본부의 조직개편과 업무 재분장을 통해 일본 주식 분석을 확대했다. 자산배분전략부 내 신흥시장팀을 아시아시장팀으로 개편하면서 일본 주식 분석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일본 시장과 주식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유망 종목을 선별해 분석한 자료를 발간할 예정이다.

    투자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일본 반도체 ETF 출시를 예고해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 일본 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은 100주 단위로만 거래가 가능한 탓에 개인의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져 ETF를 출시,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게 한화운용 측의 설명이다.

    환 노출형으로 구성해 엔화 투자 기능도 갖췄다. 이에 따라 향후 엔화 절상 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일학개미를 잡기 위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일본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면제한다. 당사 계좌를 보유한 전 고객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자동 적용된다. 또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뿐 아니라 엔화 환전 수수료 95% 우대 혜택도 자동 적용된다.

    유안타증권도 지난 4일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하고 연말까지 일본 주식 거래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일본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저점 통과 및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며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 지속 전망과 리오프닝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세도 주목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내수 경기 회복, 기업들의 재고 및 설비투자 회복, 도쿄증권거래소의 시장 개편, 기업들의 자본효율 개선 요청(PBR 개선 요청) 등을 바탕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