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엿새간 29건 발생… 확산세 빨라 물가 우려↑政 "우유·한우 가격 미칠 영향 미미… 장바구니 물가 총력 대응"국제유가 상승에 이·팔 전쟁도 변수… 전기·가스료 인상 압박도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 3.4%, 8개월 만에 반등… 한은 "물가안정에 중점"
  • ▲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 '럼피스킨병' 발병 현황과 방역 조치 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 '럼피스킨병' 발병 현황과 방역 조치 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가운데 소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병까지 확산하고 있어 물가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충남 서산시 한우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은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나오며 물가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첫 발생 이후 25일 현재까지 총 29건으로 늘어나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유와 한우가격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확진 사례 확산세에도 물가 상승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럼피스킨병 대응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국내 소고기 수급 상황, 우유 가격 결정구조 특성상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적으로 한우 두수가 356만 두인데, 살처분된 두수가 육우, 젖소 다 포함해 1000두쯤이다. 수급에 미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럼피스킨병 첫 발생 이후 전국 일시이동중지를 48시간 했기 때문에 도축장으로 출하될 소가 단기적으로 출하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단기적으로 도매가격에 영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물량으로 볼 때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식품·외식·유통업계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럼피스킨병으로 인해 물가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쉽잖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유통가나 식품업계 등에서는 우유나 육류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 대형마트 ⓒ연합스
    ▲ 대형마트 ⓒ연합스
    국제유가 상승도 정부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달(8월) 3.4%보다 0.3%포인트(p) 올랐다. 9월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류 제품 가격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한 과실·채소류 가격 상승이 주 원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로 종료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처를 올 연말까지 연장했다. 김장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추의 경우 정부의 가용물량 2900톤(t)을 방출하고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 1만5000t을 조기출하 하기로 했다.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에 대한 긴급 할당관세 도입, 소비자 할인쿠폰 제공 등도 시행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가 발생하며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졌다. 가자 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이나 인질 석방 소식 등이 들리면서 지난 23일(현지시각) 인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5.49달러로 다소 하락했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 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이란이 참전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당 기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와 미수금에 허덕이는 한국가스공사는 4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공공요금발 물가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9일 국감에서  "전기요금은 잔여 인상 요인을 반영한 단계적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24일 국감에서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가스요금 인상은 필요하다. 정부와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반등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지난달 3.3%보다 0.1%p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지난 2월 0.1%p 오른 이후 8개월 만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공공요금 인상 예고도 있고, 농산물 등 가격도 오르면서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응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물가 전망치 조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아 "국민한테 직결되는 품목 12개는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물가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서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