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분기 0.6% 성장"… 이창용 "현재 잠재성장률 밑돌아 침체기"이-팔 전쟁·美긴축 장기화 등 불확실성 커져 年1.4% 달성 '불투명'내년 韓성장률, IMF 2.2%·OECD 2.1%·피치 2.1% 등 전망 어두워미·중 '디리스킹' 관리모드 고무적이지만, IMF는 "韓경제 큰 피해" 경고
  • ▲ 안갯속 수출전선.ⓒ연합뉴스
    ▲ 안갯속 수출전선.ⓒ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지만, 1.4%로 내려잡은 연간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빗나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0.6%(속보치)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3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도 2020년 3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수출이 급감하면서 역성장(-0.3%)했지만, 올 1분기(0.3%) 들어 반등한 뒤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피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시장에서 보수적·비관적으로 (3분기 성장률을) 0.4% 내지, 잘 나오면 0.5% 정도로 봤는데 0.6%로 나온 것"이라며 "(연간 성장률을) 1.4%로 전망하는 데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로, 정부의 전망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한은은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0.7%를 찍으면 연간 성장률 1.4% 달성이 가능할 거로 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과 국제유가 상승,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그리고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흔들리고 있어 연간 성장률 전망치 1.4% 달성은 미지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보기술(IT)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 수출 부진을 완화하며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지정학적 위험과 미 고금리가 우리나라 금융·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현 경제 상황이 '침체'라고 봤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침체에 돌입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가 맞다"고 답했다. 다만 이 총재는 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올 3월 한국 대상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1.2%보다 0.2%포인트(p) 내렸다. 이는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4%보다 0.4%p 낮은 수준이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1.4%)보다도 낮다.
  • ▲ 저성장,ⓒ연합뉴스
    ▲ 저성장,ⓒ연합뉴스
    특히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0.2%p 하향 조정했다. 피치의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0.1%p 낮은 2.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내놓은 중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유지했다. 일각에서 저성장이 고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OECD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0.2%p 낮춰 잡았다. 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통화긴축 영향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초과저축이 가계지출을 뒷받침하며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이지만, 점차 긴축 영향이 가시화하며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생각보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중대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5%를 넘나들며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 이는 부채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 둔화, 기업 재무여건 악화, 신흥시장 부진 등 추가적인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IMF도 내년 세계 경기가 녹록잖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10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1%p 내린 2.9%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위축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미·중이 '디리스킹'(탈위험)에 한목소리를 내며 갈등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신냉전 체제에서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MF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디리스킹이 아시아 국가 GDP는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 적잖은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한국 경제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했다. IMF는 디리스킹의 하나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까지 가속하면 한국의 GDP가 1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