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금융정책 야심작 '밸류업 프로그램'수차례 언급한 '기업 자율성' 맹탕책 지적 여전지배구조 개선 정책 뒷받침 아직, 투자자들 답답尹 "밸류업 실망감 인지, 강도높은 정책 펼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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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야심작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꾸만 겉돌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가 외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유난히 저평가된 국내 증시가 이제는 빛을 발할까 하는 기대감도 내심 섞였을 것이다.지금까지 정부가 밸류업을 위한 행보를 보면 나름 분주하게 움직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두 차례나 거래소를 직접 찾아 증시 부양책을 강조했으며,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도 정부 발걸음에 발맞춰 '일단 밸류업'부터 외치고 나섰다. 해마다 가는 해외 출장길에서도 올해는 유독 밸류업에 중점을 뒀다.일각에선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금융위·거래소 등 금융당국에서는 총선 이후에도 밸류업 관련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우리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필자가 세어본 결과 이들은 지난달에만 도합 최소 10건이 넘는 밸류업 관련 보도자료를 내보냈으며, 3월까지 거슬러 가면 20건이 훌쩍 넘는다.정부의 노력에 우선적으로 박수는 보낸다만 여전히 고개는 끄덕여지지 않는다. 언론사마다 각기 다른 헤드라인으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건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터. 당시 자료 원본을 다시 살펴보니 밸류업 초기 발표했던 정책에서 달라진 점은 찾기 힘들었다. 같은 내용에 점만 추가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밸류업 자료가 사실상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시장의 반응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뒷받침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사실 밸류업이 일본의 증시 정책을 모델을 삼았던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감시'나 '관리' 정책을 기대해왔다.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기업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마치 'We can do it!'(우리는 할 수 있다!)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만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밸류업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을 인지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윤 대통령은 9일 열린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의 밸류업 발표에 대해서 시장이 좀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기업을 옥죄기 보다는 기업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밸류업의 현주소를 탈피할 근본적인 대안 제시에는 말을 아꼈다.물론 정부 뜻대로 상장사들이 자율적인 적극성을 보인다면 참 좋은 밸류업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국내 증시에선 대주주들이 승계를 위해 낮은 주가를 선호,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을 꺼리는 경우가 빈번하다.자사주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자사주 소각을 한 기업은 총 66개사로 전년(27곳)보다는 늘어났지만 이는 전체 기업 중 9.8%에 불과할 정도다.배당 성향도 타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배당 성향은 20.1%로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 프랑스(39.3%) 일본(36.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았으며 대만(52.5%)·중국(35.0%)보다도 뒤처졌다.이런 상황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자율만 강조한다면 관망적인 태도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시장의 우려가 괜히 나오는 건 아니다. 말뿐인 밸류업으로 단기적인 투심을 자극하지 말고 진짜 밸류업을 위한 고민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꿈의 삼천피를 정말 꿈 속에서만 그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