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이후 소아청소년 중심 호흡기 감염병 확산 추가접종 한계 '백일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 중국발 유행 후 국내에 확산 중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소아 필수약 수급난 우려…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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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후 맞이하는 겨울 초입에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예방접종 미흡과 약 수급 불안정 문제가 맞물린 상태로 방역당국의 선제적 대책이 요구된다. 

    19일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는 유행파가 꺾였지만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먼저 전국 527곳 표본 의료기관에서 신고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월 둘째 주(11월5일∼11일) 6174명으로 직전 주 대비 29% 줄었다. 

    동일기간 독감 환자 역시 팬데믹 기간과 비교하면 유행파가 지속되는 경향이나 외래환자 1000명당 32.1명으로 직전 주 39명보다 줄었다.

    추후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임을 전제로 두면 코로나19와 독감은 동시 접종이 이뤄지고 있으며 치료제 투여도 원활해 의료대응 능력은 갖춘 상태다. 

    ◆ 추가접종 미흡 탓 '백일해' 증가세  

    문제는 질환의 명칭처럼 '100일 동안 기침한다'는 의미의 백일해(百日咳)의 급증이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질환으로 2급 법정 호흡기 감염병이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데 14일 이상 지속되는 발작적인 기침이 특징이다. 낮은 연령일수록 사망률이 높아 만 1세 미만에서 최고 사망률을 보인다. 

    3~12일 동안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발현되는데 감염초기 전염력이 가장 높다. 잠복기 중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증상과 합병증을 줄이는 핵심이기 때문에 감염자와 접촉했을 경우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청 통계를 보면 올해 국내 백일해 환자는 지난 4일 기준 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백일해 환자 중 58명(69.9%)이 12세 이하였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환자 발생은 2019년 385명에서 2020년 117명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2~3년차에는 15명, 25명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가 올해 83명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주간 평균 환자는 1.8명이었으나 지난 10월1일부터 최근 5주 동안은 주간 평균 8.6명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에 백일해가 포함됐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면 그 효과가 떨어지고 접종률 또한 낮은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백일해 백신인 DTaP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차까지 접종을 하고 4차는 생후 15~18개월 사이에 이뤄진다.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하며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을 해야한다. 

    특히 4~12세 백일해 추가접종(5-6차)이 권장되는 시기의 어린이의 경우 백일해에 대해 추가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백일해는 청소년이나 성인에서 발생하고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성인들이 먼저 감염관리 수칙을 잘 지켜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고 치료를 즉시 시작해 증상을 억제하고 폐렴이나 중이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 필수약 부족 우려 

    중국에서 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4급 법정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3~4년 주기로 유행하고 있다. 

    증상으로는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유사하나 한번 증상이 발생하면 약 3주간 지속 후 회복된다. 독감 등 호흡기 질환과 중복 감염이 발생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11일까지 4주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는 6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같은 기간 대비 낮은 수준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196명에 비해 높다.

    입원환자의 79.6%가 1세부터 12세까지 소아를 포함한 학령기 아동으로 일선 소아과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소아 필수약 수급난이 예상돼 긴급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중국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 탓에 수요가 많아져 국내에서 쓰여야 할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가 부족할 전망"이라며 "보건당국은 즉각 재고 파악을 비롯해 수급대책을 당장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중증 입원 아동들이 급증하면 붕괴 중인 소아과 진료환경에선 감당이 어려운 상황에 치닫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선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내 빈대 출현에 이어 최근 4주간 쯔쯔가무시증 환자 수가 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개체인 털진드기 밀도지수가 최근 4주간 3배 이상 급증하고 환자 수도 145명(41주)에서 784명(44주)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해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 초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진드기 물림이나 야외 활동력을 알리고 적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