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최근 워크아웃설 곤욕…증권사 도미노 부실 우려하나‧KB증권,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담보로 1900억원 대출"회수 문제없다" 입장…신용등급 하락 시 상환이행 불투명
  • ▲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전경. ⓒ태영건설
    ▲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전경. ⓒ태영건설
    태영건설 등 건설사들이 연이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 중인 가운데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상장 건설업체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말 기준 2조5000억원대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인해 워크아웃 진행설과 부도설까지 나돌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태영건설 측은은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했다는 증권가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부도가 날 것이란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3000원대 중반에서 횡보하던 회사의 주가는 2주일 만에 20% 이상 하락하는 등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는 상황이다.

    특히 태영건설이 하나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본사 사옥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증권사들도 긴장에 빠진 모습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올해 8월 기준 감정평가액 2500억원대인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 19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과 KB증권 측은 담보가액 안에서 대출이 적법하게 이뤄진 만큼 원리금 회수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A-등급인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이 BBB-이하로 떨어질 경우,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받은 대출 상환이행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한 바 있다.

    태영건설은 아울러 최근 대주단에서 빌린 대규모의 차입금 만기를 오는 28일로 연장하기로 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등 여러 금융회사로 구성된 태영건설 대주단은 당초 전일 만기 도래한 신용대출 400억원을 오는 28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태영건설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부도)을 선언하면 시장의 파장이 너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주단이 당장 부도를 선언하면 수조원의 대출과 우발채무가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에 부닥쳐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전일 태영건설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의 PF 관련 단기 차입금을 장기 차입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자금 지원을 제공한 주요 채권단 중 한 곳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사업성이 부족한 현장의 PF 대출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할 보증액은 7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회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1조930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479%로 건설사 중 가장 높다"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단기 유동성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해 태영건설과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자구 노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내년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PF가 내년 증권사 신용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대현 S&P글로벌신용평가 상무는 "국내 부동산PF가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의 경우에도 미국이나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투자 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상무는 이어 "다양한 조달 구조를 갖춘 대형 증권사 혹은 은행계 증권사의 경우 잠재적인 PF 리스크로부터 잘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지만, PF 익스포저가 큰 중소형 증권사들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