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새 서울·경기 구축아파트서 잇달아 화재발생3명 사망·45명 부상…스프링클러 미설치 화키워준공단지 설비추가 어려워…"신축선호 심화할 듯"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수도권 구축아파트에서 화재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재사고로 촉발된 구축아파트 안전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신축아파트 선호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을 기점으로 올초까지 잇달아 난 아파트 화재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4일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발생한 경기 군포시 산본동 소재 A아파트 화재에 대한 1차 합동감식 결과 사고원인은 '누전'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안방천장에 있는 전등에서 누전으로 인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벌인 경찰은 발화지점인 안방전등 주변에서 화재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입주민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등 총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성탄절 당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B아파트에선 화재로 입주민 2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한 입주민들은 가족들 안전을 먼저 챙긴뒤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불이 난 이들 아파트는 공교롭게도 스프링클러가 없는 '구축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의하면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층이상인 아파트동은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구조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스프링클러는 소화설비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2018년 강화된 것으로 이전에는 스프링클러 설치와 관련한 규정이 특정사례에 한정됐다.

    공동주택 경우 1992년에는 16층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16층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 의무사항이었다. 이후 2005년 11층이상 아파트는 건물전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변경됐다.

    소방시설 설치대상 건축물 범위는 확대됐지만 법이 개정되기전 준공된 아파트들은 해당내용이 적용되지 않는 '안전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 화재가 난 군포시 A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최고 15층 건물로 스프링쿨러 의무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어느층에도 해당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봉구 B아파트 경우 2001년 준공된 최고 23층 건물로 16층이상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문에 발화지점인 3층은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화재진압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됐다.

    또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파트 화재사고와 더불어 구축단지 안전문제가 대두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 신축 단지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고객들. 사진=정영록 기자
    ▲ 신축 단지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고객들. 사진=정영록 기자
    실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최근 3년간 아파트 화재는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해 전국에 있는 아파트(주상복합 제외)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996건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35명, 부상자는 370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전국 아파트 화재건수는 2666건으로 사망자는 34명, 부상자는 341명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화재건수는 2759건으로 사망자는 41명, 부상자는 295명이었다.

    특히 수도권은 준공 20년이 지난 아파트가 절반에 달해 앞선 사례와 같은 스프링클러 부재 단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서울·경기·인천 등에서 준공한지 20년이 지난 아파트(임대 제외)는 총 273만2509가구로 전체 물량 532만8208가구의 51.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미 준공이 완료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건설 관계자는 "준공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한다고 하면 모든가구 천장을 다 뜯어내는 등 큰 규모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매립된 배관을 꺼내 전가구 및 저수조에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건물을 새로 짓는 것 만큼 힘든 공사"라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소방당국도 스프링클러 등을 기존 건물에 설치하는 것을 무작정 권고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축 단지에 대한 안전 우려로 신축단지 선호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고금리와 집값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한 구축단지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이같은 수요가 다시 신축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신축단지에 대한 선호는 시세대비 저렴한 분양가에 내집마련을 원하는 것도 있지만 시설적 편의성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최근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이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신축단지에 더 관심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축단지를 인테리어 한다고 해도 스프링클러 같은 설비를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구축보다 주차라든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된 신축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추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