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TF 순자산총액 120조 원 돌파, 평균수익률 15%대우주·K팝 등 개인 투자자 맞춤 '이색 상품' 경쟁 치열증권가 "운용사별 틈새 전략 긍정적… 고평가 종목은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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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거래소 자료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차별화 전략이 주목되고 있다. 과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ETF는 지난해 순자산총액 120조 원을 넘기며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시장에서는 '투톱 체제'(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가 굳건한 가운데 중소 운용사들도 '이색 테마형' ETF 상품 출시로 5위권 내 유지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21조657억 원으로 2022년 말(78조5116억 원) 대비 54.2%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신규 상장된 종목은 160개로 2002년 ETF가 처음 출시된 이후로 가장 많았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2078억 원으로 전년(2조7828억 원) 대비 15.3% 늘었다. 이는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 폭(6.6%)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지자 국내 운용사들은 잇따라 투자자 맞춤 상품 출시에 속도를 높였다. 삼성자산운용이 22년 전 첫 ETF를 선보일 때만 해도 단순 시장 대표 지수에 집중했지만 2006년 국내 업종 섹터 ETF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테마의 ETF가 상장을 이어온 것.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에는 기존 주식형 상품 위주에서 채권·금·부동산 등의 기초자산으로 상품 등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사이버 보안·우주항공·K팝 등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한 ETF 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슈퍼 엘니뇨' 현상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한 환경 ETF의 값도 오른 바 있다.

    올해도 중견 운용사들은 다양한 ETF 상품으로 상위권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미 몇몇 운용사들이 ETF 브랜드명 교체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유명 야구선수인 이정후를 모델로 기용한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자사 ETF 브랜드인 HEROES·KOSEF의 브랜드 통합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TF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대형사들도 자원을 대거 투입하는 등 상품개발에 집중한 상태다"며 "올해 중소형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5위권 순위 지키기 위한 다양하고 이색적인 ETF 출시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테마형 ETF는 운용사 간 경쟁 속에서 고평가된 종목의 편입 비중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형 ETF는 상품 차별화 경쟁 속에서 등장한 틈새 상품으로 투자자의 수요를 적시에 소화하고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이미 고평가된 종목이 ETF에 많이 편입돼 상장 이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