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7개 기업 품목허가 취소… 국가출하승인 미획득 이유메디톡스·파마리서치바이오·휴젤, 식약처에 승소산업계·법조계 판단에 식약처 해석 '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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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또’ 패소했다.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도매상에 넘긴 것이 불법이라며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것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지난해 7월 메디톡스, 11월 파마리서치바이오에 이어 지난 8일 휴젤까지 세 차례 연속 식약처는 자존심을 구겼다. 1심 판결이 나온 것에 불과해 2심, 3심까지 소송이 길어질 공산이 커 향후 재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각기 다른 재판부(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 서울행정법원 제12부·14부)에서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는 점은 식약처의 판단에 문제점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보툴리눔 제제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처음부터 국가출하승인 취득과 관련해 무리한 해석을 했다고 본다.

    국가출하승인은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약사법상의 제도다. 하지만 약사법에서 수출용 제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식약처가 ‘불필요하게’ 의무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한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독자적인 수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도매상을 통해 수출하던 것은 일종의 암묵적 관례였다. 이러한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보고 국가출하승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게 업계 측 주장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이 같은 간접수출을 수출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는 간접수출 실적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하고 매년 ‘수출의 탑’ 포상에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와 보툴리눔 톡신 기업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제품들의 수출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어 식약처의 주장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식약처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해당 기업들의 식약처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여전히 이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와 파마리서치바이오와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제기한 상태이며 2심에서 다시 한번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휴젤에 대해서는 물론 앞으로 나올 1심 판결에서 패소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이제 K-바이오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의 제제 수출액은 ▲2021년 2억3569만달러 ▲2022년 2억9631만달러 ▲2023년 3억1210만달러로 2년새 39.1% 증가했다. 국가적인 수출 전략 품목으로 육성해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줄 필요성이 크다.

    오유경 식약처장도 지난 2일 열린 제약바이오 기업 CEO와 조찬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현장과 지속 소통하겠다”면서 “낡은 규제는 고치고 신기술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규제는 신속히 도입하는 등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수출 제품을 국내 도매상에 넘기는 것을 ‘국내 판매’로 해석하며 보툴리눔 톡신 산업계 발목을 잡는 것은 규제가 아니었던 것일까.

    지난해 7월 메디톡스의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업계에서는 나머지 6개 업체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이 연이어 승소했다. 앞으로 1심 재판결과를 앞둔 제테마와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어떨까. 답은 이미 나와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