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번가 스톡옵션 8만주 행사기간 돌입스톡옵션 행사가 6만2000원… 차익은커녕 상장도 안갯속IPO 일정 맞춰 스톡옵션 부여했지만 강제매각 위기
  • 통상 임직원들의 잔칫날로 꼽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일을 앞둔 11번가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이 차익은커녕 당장 행사가 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11번가의 기업공개(IPO)의 목표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 스톡옵션은 있으나 마나 한 골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11번가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3월 25일부터 지난 2022년 부여된 2차 스톡옵션의 행사일이 도래한다. 당초 회사는 2차 스톡옵션으로 11번가 주식 1만8516주를 책정했지만 지난해 2월 주식의 액면분할 과정에서 8만580주로 증가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11번가의 직원 22명 중, 퇴직자를 제외하면 대상자는 19명이다.

    스톡옵션은 회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정해진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포상제도다. 임직원의 경영성과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보상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문제는 이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스톡옵션 행사는커녕 아예 관심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스톡옵션 행사가는 1주당 6만2000원이다. 비상장사인 11번가의 주식 거래 자체도 제한이 많지만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차익을 보기 위해서는 11번가의 기업가치가 2조6000억원을 넘어야 한다. 이는 현재 거론되는 11번가의 몸값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는 규모다.

    현실적으로 차익 실현이 쉽지 않은 셈이다. 실제 지난해 8월 행사일이 도래한 11번가 1차 스톡옵션 대상자 95명 중에서도 행사는 전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IPO라는 희망이 있던 당시와 달리 이번 2차 스톡옵션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이런 스톡옵션이 부여된 것은 SK그룹의 11번가 IPO 대박의 꿈과 무관치 않다. 스톡옵션 부여 당시만 해도 11번가는 IPO를 통해 4조원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시총 100조원을 기록했던 것도 낙관적 전망을 증폭시키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11번가는 당초 목표였던 지난해 9월 IPO 시한을 넘긴 이후 지금까지도 구체적 상장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했던 2023년 9월 상장일을 지키지 못하면서 강제매각 될 처지에 놓여 있다. FI가 11번가 투자 당시 맺었던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에 따라 매각 될 경우 FI는 투자원금을 우선 회수하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몸값을 평가받기도 어려운 처지다. 현재 FI는 11번가 매각가를 투자원금인 5000억원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11번가가 최초로 부여했던 스톡옵션은 그야말로 ‘언강생심’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톡옵션 행사일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찾아온다.

    오는 8월에는 3차 스톡옵션의 행사일이, 12월에 4차 스톡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이들의 스톡옵션의 행사 여부도 대체로 비슷한 운명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임직원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보상제도지만 11번가의 경우 추진했던 상장이 무산되면서 의미가 사라졌다”며 “당장 강제매각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서 스톡옵션을 따질 상황도 아니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