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소비재 전방위 흔들빛 바랜 태양광… 중국 좋은 일만알리·테무 본격 침공… 유통시장 아우성중소기업 줄도산, 소비자 피해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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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중국산 제품이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 싼 맛에 찾던 '싸구려'가 아니다. '대륙의 실수'로 웃어 넘길만한 일부의 문제도 아니다. 가전, 스마트폰 등 작은 물건에서 자동차, 선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제품까지 중국산이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관세라는 장벽을 세우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중국의 자본·물량 공세에 극도로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방비로 몰린 국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길이 남아 있는지 찾아본다.온통 '메이드 인 차이나'다.
중국산 저가 공세는 국내 에너지 산업은 물론 소비재까지 전 산업군에 걸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저가 공세와 맞물리면서 그 속도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전 정권시절 붐을 이뤘던 국내 태양광 업계는 진작에 생사기로에 내몰렸으며 쿠팡의 성공모델을 본딴 알리-테무 공습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재 전반도 출렁이고 있다.형식상 민간업체이지만 든든한 중국정부의 뒷배가 있는 중국업체들은 '규모의 경제'까지 이뤄 대응도 쉽지않은 실정이다.태양광 산업을 보면 그 징후를 쉽게 알 수 있다.기후변화 대응의 꽃으로 불렸던 태양광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의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태양광=중국'으로 불릴 정도로 일방적인 중국 천지가 됐다.지난 24일 대구에서는 세계 25개국, 300여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제21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가 열렸는데,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량이 많은 8개 기업 중 7곳이 중국 회사였다.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의하면 2022년 중국의 태양광 제품(웨이퍼, 셀, 모듈) 수출금액은 사상 최고치인 5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웨이퍼 수출금액이 50억7400만달러, 셀(태양전지) 수출금액이 38억15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모듈 수출금액은 전체 수출금액의 80%가 넘는 423억6100만달러를 기록했다.비중도 높다.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의 88.2%, 웨이퍼의 97.2%, 셀(태양전지)의 85.9% 및 모듈의 78.7%를 차지했다. 소재 및 원재료 공급을 포함한 업스트림(폴리실리콘, 웨이퍼)뿐 아니라 미드스트림(태양전지, 모듈 생산)까지 중국이 전체 공급사슬을 장악하고 있다.국내 대표 태양광업체인 한화큐셀 조차 중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한화큐셀은 최근 중국 법인인 '한화큐셀(치동)'의 태양광 모듈 생산·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충북 음성 공장도 영구적으로 폐쇄한 바 있다. 태양광 모듈의 주요 시장인 유럽, 일본, 한국 등 곳곳에서 중국에 밀렸기 때문이다.최근 중국의 저가공세는 국내 유통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선봉이다.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발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2% 급증했다.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미국을 사상 최초로 앞질렀다.알리의 한국인 사용자는 지난 2월 818만 명에서 3월 887만명으로 8.4% 증가하며 11번가를 제치고 국내 쇼핑몰 앱 순위 2위에 올랐다.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PDD)’홀딩스가 설립한 테무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이후 829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단박에 3위까지 오른 상태다.중국 제조사들은 사실상 국내 가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 공세로 한국 유통시장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이대로라면 한국의 모든 이커머스 시장을 조만간 모두 섭렵할 태세다.전문가들은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중소기업들을 사지로 내몰 것이라고 진단한다. 가격 경쟁력이 역부족인 형편에 플랫폼 마저 내줄 경우 생존기반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중국 원재료 및 중간재 기반의 국내 제조업들까지 연쇄 도산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늘 그렇듯 값싼 중국 소비재는 인증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안전문제가 직결된다.정부는 최근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전담조직을 만들어 이커머스 시장 구조와 경쟁현황 등을 심층 분석하기 위한 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위해제품 조사에 착수했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낮은 품질 등으로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지만 워낙 초저가이다 보니 고물가 시대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자칫 대응이 미진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이 모두 중국산으로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