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공의 병원 이탈… 환자 불안에도 강대강 대치 국면대형병원 중심 수술 축소 등 일정 조정 중… '무기한 연기' 통보政, 비대면 전면 허용 등 맞불… 의료공백 방어 '불가능' 의정 갈등의 피해는 환자 몫… 골든타임은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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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자조적 의미로 '의사노예'인 전공의들은 싼 가격으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의료시스템의 핵심축이다. 이들이 빠지면 대학병원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벌써 암수술 무기한 연기가 현실로 드러났고 이대로면 사상자 발생이 이어질 전망이다. 타협이 어렵다면 어떤 형태로든 봉합을 해야 할 판이다. 골든타임은 오늘까지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비단 빅5병원 소속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국적 집단사직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의 상황이 긴박하다. 전국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회장은 이 병원 응급의학과 소속된 상태인데 오는 20일 공개 사직을 예고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또 소아청소년과 김혜민 의국장은 공개적으로 사직의 뜻을 표하며 "소아청소년과 1∼3년차의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전달하고 19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그는 "의대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으로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상 지난 16일 오후 6시 현재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없지만, 이들은 수련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 중심으로 수술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체 수술 건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고 서울대병원은 폐암 등 큰 수술을 연기한다고 환자에게 알렸다. 

    서울성모병원은 뇌경색 재관류중재술, 뇌출혈(거미막하 출혈 등) 수술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역시 수술과 입원 일정 조정, 대체 인력 투입을 논의 중이다.  

    전국적인 전공의 이탈은 전국 주요 병원이 '환자 살리기'를 제때 하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수술이 밀린 환자들의 하소연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번지고 있으며 대규모 전공의 공백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사상자 속출'이 불가피하다.

    결국 대한민국 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이날 어떤 형태로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의대증원을 두고 타협이 어렵다면 최소한의 봉합이라도 결정해야 한다. 

    ◆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 환자는 살얼음판
     
    환자 살릴지, 의대생 늘릴지를 두고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정부는 강대강 대치를 하기로 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만성, 경증환자가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의사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실제 중증 환자의 생명을 살릴 방법으로는 작동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전공의 공백으로 고난이도 수술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에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과 공공병원 활용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의정 갈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볼모로 잡힌 환자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환자들의 바람은 "모든 사태를 멈추고 환자의 목숨과 안전을 보장할 방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의료공백 사태를 발생시키는 것은 응급실에서 주취자가 의료인에게 칼을 휘둘러 의료인의 생명을 위협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죽어 나가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는 도대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무슨 게임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