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 4368억 역대 최대…"앞으로 더 심해질 것"저축은행 사태 발생 원인·구조 비슷해…전반적인 제도 개선 필요전문가들 "부동산PF 여파 이제 시작, 건설업 임금체불 문제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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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이 4368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은 가운데 원인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14년 전 '저축은행 사태'와 비슷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설 연휴 맞이 '체불 예방 빚 청산 집중 지도 기간' 결과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전년 대비(2925억 원) 24.4% 오른 4368억 원으로 최근 14년 중 역대 최대를 찍었다.

    건설업 임금체불액이 전체 임금체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최근 8년간 건설업 임금체불액을 보면 2020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서 전체 임금체불액 중 건설업 임금체불액 비중이 전년 보다 증가했다.

    2016년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전체 임금체불액의 16.6%를 차지한 2366억 원이며, 2019년까지 증가해 전체 임금체불액의 18.4%인 3168억 원을 찍었다. 2021년에는 2615억 원으로 늘어나 19.4%를 차지했으며, 2023년은 24.4%를 차지한 4368억 원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부동산 PF 부실이 꼽히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PF 문제가 임금체불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PF 사업장의 사업이 안 돌아가고 건설사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사태가 겹쳐 공사 대금 공급이 안 이뤄지고 있다"며 "공사 대금 미납이 임금 체불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어난 태영건설 부도 위기가 부동산 PF 부실로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건설업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20일 발간한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에선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투입된 PF의 잠재적 부실 규모가 확대됐다"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태영건설 외에도 유사 상황에 있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적지 않아,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하도급업체와 수분양자의 피해, PF 부실에 따른 제2금융권으로의 위험 전이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14년 전 일어난 '저축은행 사태'와 발생 원인과 구조가 비슷해, 건설업계 관련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사들의 대량 부도 사태로, 다음 해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부산 계열사 3개와 대전·보해·전주 등 저축은행이 연속 영업정지를 받아 대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난 사건이다.

    저축은행 사태 원인은 부동산 PF 부실이다. 저축은행은 2010년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47.9%, PF대출이 18.9%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부동산업계의 경기가 악화되자 건설 현장으로의 현금 유입이 줄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건산연은 이번 부동산 PF 부실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PF 위기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자 개발 사업들에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겨 촉발됐다"고 했다. 또 "채무인수를 통해 PF 대출 상환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어 이들의 1차 부실과 금융기관으로의 2차 부실 전이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부동산 PF 잔액이 저축은행 사태에 두 배에 달하는 약 202조6000억 원이어서 후폭풍이 더욱 클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 134조3000억 원이다. 그러나 건산연에 따르면 이 금액은 금융위원회가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6개 금융권업만의 잔액으로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대출 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 PF의 규모는 20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저축은행 사태 후 시행사 전반에 걸쳐 자본부담비율을 늘려야 했지만, 저축은행만 10%에서 20%로 늘렸다"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지만 못 고친 격"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금융권은 시행사들의 자기자본비율이 5~10%밖에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다가 문제가 터지니 발을 빼버렸다"고 비판하며 "이제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자기자본 비율을 올리고 자금 건전성이 좋은 시행사를 늘리면서 금융사들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못 하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소장은 "건설업 임금체불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