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년·코스닥 3→2심제 검토중'거래정지'상태 지속에 묶인 자금만 8조원대강제성 없는 '밸류업 보완책'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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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에 대한 거래정지 상태가 길어지면서 증시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당국이 '밸류업'에 이어 '상장폐지' 관련한 정책 카드를 꺼낸 가운데 증시 활성화 보완책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개 사(유가증권시장 17개사·코스닥 54개사)로 집계됐다.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주성코퍼레이션(2020년 3월 거래정지), 청호ICT(2021년 3월 거래정지), 코스닥시장에서는 아리온(2020년 3월 거래정지), 이큐셀(2020년 3월 거래정지) 등이 3∼4년째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 거래소는 자본잠식, 매출액 미달이나 횡령 및 배임·영업정지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쳐 증시에서의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코스피 시장에서의 실질 심사는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 상장공시위원회 등 2심제로 운영되며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심위, 1차 시장위원회, 2차 시장위원회 등 3심제로 진행된다.

    기심위는 심의·의결을 통해 상장유지나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한다. 개선기간은 최대 1년 부여되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추가로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할 수 있다.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상장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장공시위원회가,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를 다시 결정한다.

    상장공시위원회는 추가로 최대 2년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어 코스피 상장사는 최장 4년간 개선기간을 받을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선기간 부여가 총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개선기간 부여와 심사 보류, 소송 등이 이어지면 상장폐지 절차는 더 길어지게 된다.

    문제는 개선기간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정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만 묶이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자칫 주가 부양이나 머니 게임 등에 휩쓸리면서 전체 시장 건전성을 흐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에 정부는 코스피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스피는 개선기간 4년이 너무 길어 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코스닥시장은 절차를 축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상장폐지 절차 단축뿐만 아니라 상장폐지 요건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폐지 절차 단축 정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맞물려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에 목적을 두고 있는데, '강제성'보다는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가 강한 게 특징이다.

    기업들의 노력을 정부가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반면 뚜렷한 패널티가 없다보니 일각에서는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단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제성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장폐지 절차 개선은 별도의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밸류업과 상장폐지 절차 단축은 별도로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은 패널티 없이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돼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