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톱15’, 1%대 하락 … 구성 종목 전반 약세외국인투자자 강한 매도세 보여 … ETF 시장서도 줄하락과도한 우려는 경계 … “감세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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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들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반도체는 이번 관세부과 대상에서 미적용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향후 품목별 관세가 예고된 데다 해외 공장을 거쳐 수출되는 경우가 많은 국내 반도체 산업 특성상 간접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주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전장(2195.37)보다 1.46% 하락한 2163.4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4% 폭락한 2119.75로 출발했지만,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분을 일부 회복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610만주, 2조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한미반도체(0.30%)와 DB하이텍(0.23%)은 강보합세를 나타냈지만, ▲ISC(-4.47%) ▲원익IPS(-3.31%) ▲와이씨(-3.21%) ▲티씨케이(-2.89%) ▲LX세미콘(-2.27%) ▲삼성전자(-2.04%) ▲SK하이닉스(-1.67%) ▲테크윙(-1.40%) ▲HPSP(-0.77%) ▲주성엔지니어링(-0.52%) ▲피에스케이홀딩스(-0.39%) ▲이오테크닉스(-0.22%) ▲리노공업(-0.05%) 등 반도체주 전반이 하락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3332억원, 3050억원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 순매도 종목 상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791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2653억원, 15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하락장을 펼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이날 3.53% 급락했으며 ▲IBK자산운용 ‘ITF K-AI반도체코어테크(-2.51%)’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레버리지(-2.48%)’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 K-반도체(-2.29%)’ 등이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주저앉은 것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2일(현지 시각) 전 세계 대상 10%의 보편관세에 국가별 차별화된 상호관세를 발표한 영향이다. 미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품목의 경우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부과 방침을 공언해왔던 만큼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또한 반도체가 탑재된 전자기기는 상호관세 품목에 포함돼 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국에 수출되는 IT 완성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반도체 수요·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다수 진출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46%, 32%라는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며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세계교역의 위축으로 우리 수출 대기업의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도미노 현상처럼 내수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미 행정부의 관세 발표에서 반도체는 상호관세 제외 품목으로 지정됐지만, 전자기기에 대한 관세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제품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과 같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수요 측면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관세 우려를 일정부분 선반영한 수준까지 하락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관세부과에 따른 우려보다 감세 기대감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산업의 펀더멘털 측면에서 레거시 반도체 가격은 지난 두 개 분기 동안의 하락을 끝내고 이제 상승의 초입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