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6.6조 잠정 영업익 … 시장 기대치 웃돌아갤럭시S25 효과에 우려했던 메모리 실적 선방까지트럼프發 관세 피해 메모리 수요 1분기에 몰려2분기 가격 반전 가능하지만 품목관세 불확실성 커
  • 삼성전자가 우려했던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면서 선방했지만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2분기에 미국 트럼프 발 관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6조 6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5% 감소한 수치고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1.69% 증가한 기록이다.

    ◇ '갤럭시S25' 흥행 효과에 메모리 수요 조기 회복 …1분기 한숨 돌렸다

    이번에 삼성이 발표한 잠정 실적은 시장 기대치도 훌쩍 넘긴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이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조 원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는데, 3월 들어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를 빠르게 나타내면서 실적 반전을 이루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집계가 마무리 된 직후인 이달 초에는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5조 원 이하를 예상했던 곳들도 하나 둘씩 5조 원 중반대까지 눈높이를 높이면서 연초 부진했던 것 대비 3월 들어 빠르게 실적 회복에 성공했을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실었다.

    1분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핵심 배경은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S25' 판매 호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잠정 실적발표에선 사업부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선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서 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체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삼성전자 전사 실적에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1분기엔 특히 신제품 출시 효과가 극대화 되는 시점이고 기존에 삼성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사업이 앞선 2분기 연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만큼 갤럭시 효과가 극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1분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기대보다 일찍 가격 회복에 나서면서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DDR4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의 물량과 가격 공세에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까지 3사가 모두 타격을 입었던 바 있다. 이 여파가 DDR5 등 고성능 제품까지 확대되면서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삼성의 보릿고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카드가 연초부터 전환점을 만들었다. 취임 전부터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되는 분위기 속에서 메모리 수요처들이 재고 확보에 일찌감치 나선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스마트폰과 PC, IT 기기 등에 일종의 보조금 정책인 '이구환신' 제도를 도입하면서 잠잠했던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메모리 공급량 조절에 나선 제조사들이 앞으로는 더 타이트한 공급 기조를 유지하면서 메모리 가격 안정세도 진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와 반도체업계에선 당초 올 하반기는 돼야 돌아설 것으로 봤던 메모리 가격이 당장 2분기부터 상승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트럼프 관세 피하자" 앞섰던 메모리 주문 부메랑 되나 … 2Q 불안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품목 관세다. 지난 3일(미국시간) 기본관세와 함께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시행한다고 밝힌 트럼프 정부가 조만간 반도체에 대해서도 자동차, 철강처럼 품목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반도체업계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삼성도 다른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채비를 갖췄지만 자동차와 철강처럼 두자릿수 이상의 품목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당장 2분기 실적부터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이 예상 대비 선방하긴 했지만 당장 2분기 실적 가이드라인을 잡는 것 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면서 "반도체 이익이 3분기 연속 감소하는 것을 피했다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여파로 이제 막 봄 기운을 되찾기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가 예상보다 빨리 가격 회복에 나선만큼 예년보다 업턴 주기가 짧아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나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1달 사이 메모리 가격 회복세가 빨라진데는 트럼프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앞당겨진 주문 영향이 컸던만큼 본격적으로 관세가 시행되면 한동안은 수요가 얼어붙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영향의 직접 타격이 될 수 있는 2분기 실적이 가늠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게 현재로선 메모리 기업들의 최대 리스크"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