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어 온 라응찬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1일 출범했다.

    류 직무대행은 최고경영진 간 내분에 따른 이른바 `신한금융 사태'로 분열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차기 회장 선임 등 후계 구도 수립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금융업계 안팎에선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는 있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만 유효한 과도기 체제여서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류시열 체제..사태수습 본격 착수

    라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1991년 이후 10년째 지켜온 대표이사 회장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 3인방을 제외한 유일한 사내이사인 류  신임회장은 한국은행 부총재와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행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을 거쳐 2005년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와 비상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그는 조직 안정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일요일인 31일에도 출근해 부서별로 업무 보고를 받았다.

    류 회장이 포함된 특별위원회는 사태 수습을 위한 조직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KB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처럼 차기 회장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외부 출신으로 류 직무대행과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 신한은행장을 역임한 이인호 전 신한금융 사장과 최영휘 전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신한생명 사장 출신인 고영선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KB금융 회장 후보였던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 3~4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조직 안정.당국 조사 등 `산 넘어 산'

    금융업계에서는 류 직무대행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 직무대행에 선임됐지만,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류 직무대행의 특별위원회 참여에 반대한데다 신 사장이 사실상 반대인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에 내부에서 확실한 신임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향후 특위의 차기 회장 선임안 등에 대해 반대하면 사태 수습이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에 류 직무대행은 이들을 설득하며 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라 전 회장과 신 사장이 등기이사를 유지한 채 영향력을 행사하면 이들과 가까운 이사들 간 또는 직원들 간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류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4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회의 결과도 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라 전 회장의 사퇴에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라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 사장도 주의 또는 주의적 경고 수준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라 전 회장과 신 사장에 대한 이사직 사퇴 압력이 거세질 수도 있다. 이들을 포함해 수십명의 임직원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으면 조직 내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일부터 시작되는 금감원의 신한은행 정기검사도 주목받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이백순 행장까지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신한금융은 심각한 경영 공백에 처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운명이 류 직무대행과 특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