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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둡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투자은행들은 거의 대부분 내년 성장률 3% 초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과 국회, 심지어 국책연구기관들도 서둘러 3%대로 전망치를 조정하고 있다.
경제정책에서 늘 기획재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KDI 조차 10일, 내년에 완만한 한국경제는 내수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 증가세도 소폭 확대되겠지만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성장률 예상치인 4.0%, 한국은행의 3.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전망치인 3.8%에 비해서도 0.3%포인트 낮아졌다.
이마저도 세계경제가 예상대로 성장세를 회복하고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원활히 작동할 것이란 전제가 깔렸다. 내년 세계경제가 예상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예상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하방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소비자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할 경우 1%대 초반의 저물가 기조를 이어가고 경상수지 흑자폭은 구조적 요인으로 대규모 흑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취업자 수는 40만명대 초반의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정부 예상치와 같은 3.7%에서 3.4%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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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종 전망중에서 내년 성장률을 4%로 보는 곳은 기획재정부가 유일하다. 경제정책 총괄부처로서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공허한 느낌이다.
사실 기재부의 성장률 예측은 늘 틀려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예결위 민병두 의원의 의뢰에 따라 조사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7~2012년 5년간 기재부의 성장률 전망 평균 오차는 2.33% 포인트로 국책·국제·민간 경제 관련 연구기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은행(1.5%p)과 기재부 산하 기관인 KDI(1.58%p)의 오차율보다 높았으며 IMF(2.03%p), OECD(1.72%p)에 비해서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경제정책 총괄부처로서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기재부는 전망 시점과 축적된 데이터량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신뢰를 잃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재부도 성장률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최경환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내년 하방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군불을 땠다. 범부처 연합으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중인 기재부도 수정 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구체적인 내용은 22일 발표 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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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4%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최 부총리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4% 성장률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무색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내년 세계 경제는 유로존 장기 침체,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세 둔화,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유가변동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저물가, 세입부진, 가계부채 부실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할 전망이다.
대내외 리스크를 헷지하고 경제를 되살려야 할 기재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의지와 현실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실현 가능한 성장률 제시로 모두의 신뢰를 얻고 총력매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고스란히 기재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