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외통위원장 출신 유 장관, 외교부와 협업 이끌어" 강조 눈총덴마크·키프로스 후보 막판까지 유럽 표 양분…한국에 유리하게 작용
  • ▲ 왼쪽부터 유기준 해수부 장관, 덴마크 후보, 케냐 후보, 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인.ⓒ해양수산부
    ▲ 왼쪽부터 유기준 해수부 장관, 덴마크 후보, 케냐 후보, 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인.ⓒ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가 임기택(59)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당선을 유기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부처 간 협업과 외교력의 승리라고 포장해 눈총을 샀다. 하지만 유럽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데 따른 어부지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4차 투표에 우리나라와 덴마크, 키프로스 후보가 올라 경합을 벌인 가운데 키프로스 후보가 막판까지 같은 유럽대륙 후보인 덴마크 지지표를 분산시켜 한국에 숨인 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유세전에 로열패밀리까지 동원하는 등 각 후보국이 외교적 총력전을 펼쳤던 만큼 후보자의 대륙별 분포가 당락의 변수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해수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임 사장의 IMO 사무총장 당선과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민종 해사안전정책과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으로 △후보 경쟁력 △유기준 장관의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력 △해수부-외교부 간 협업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출마후보자 대륙별 분포 △선거 전략 등을 꼽았다.

    해수부는 우선 임 사장의 자질과 경력, IMO 기여도 등이 다른 후보와 견줘 손색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다음으로 유 장관의 활약을 강조했다. 국제기구와 관련한 선거는 해당 부처와 외교부의 협업 없이는 당선의 쾌거를 이룰 수 없는데 유 장관이 외통위원장 출신이어서 협업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유 장관이 해수부-외교부 간 가교 역할을 했다"며 "주한 외교공관장과의 오찬에 임 후보자를 동석시켜 지지를 호소했고 외통위원장을 지낸 덕분에 나라별 주한대사 이름을 알 정도로 친분 관계가 좋았다"고 부연했다.

    해수부는 박 대통령도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은 아메리카대륙의 표를 얻는 데 큰 몫을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4월 중남미 순방 때 임 후보 지지를 호소해 남미 쪽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수부는 대륙별 후보자 분포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와 키프로스 후보가 각각 출마하면서 유럽 표가 분산됐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전략적으로 필리핀 후보가 먼저 떨어지고 키프로스 후보가 덴마크와 마지막까지 표를 나눠 갖는 게 우리에게 유리했다"면서 "하지만 설령 (상황 전개가) 바뀌었더라도 당선에 지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승리 요인 중 뒷순위로 미룬 대륙별 후보자 분포야말로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가른 변수였다는 견해가 나온다.

    투표 결과를 보면 제1차 투표에서 우리나라는 10표로 덴마크 12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케냐 6표, 키프로스 5표, 러시아 4표, 필리핀 3표 순이었다. 제2차 투표에서는 우리나라가 14표로 4표를 더 얻은 반면 덴마크는 10표로 2표를 잃었다. 1차에서 탈락한 필리핀 3표가 같은 아시아 국가인 우리나라와 케냐에 흡수됐다. 키프로스는 5표를 유지해 4위에 올랐다.

    고비는 제3차 투표였다. 우리나라와 덴마크가 각각 1표를 추가하는 데 그친 사이 키프로스는 탈락한 러시아 표를 흡수하며 7표를 기록했고 케냐와 동수를 이뤘다. 이어진 동점자 투표에서 우리나라는 전략적으로 키프로스에 표를 던졌다. 케냐보다 키프로스가 4차 투표에 올라와 덴마크와 표를 양분해야 임 사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전략은 적중했다. 동점자 투표에서 케냐는 떨어졌고 제4차 투표에서 덴마크와 키프로스는 과반인 21표를 나눠 가졌다. 마지막 제5차 투표에서는 제2차 투표 이후 1위를 지킨 임 사장에게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제4차 투표에 케냐가 올라왔다면 키프로스를 지지하던 유럽 표가 덴마크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아시아대륙도 우리나라와 필리핀이 각각 후보를 냈다. 하지만 후보 경쟁력에서 필리핀 후보는 임 사장의 경쟁 상대가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안드레아스 노르세트 덴마크 해사안전청장과 안드레아스 크리소스토무 키프로스 해사국 부국장은 외신들이 '투(Two) 안드레아스'라고 부를 정도로 일찌감치 선두권을 형성하며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덴마크 후보는 국제해운업계 저명인사로 IMO에서 덴마크 수석대표를 오래 지냈다. 키프로스 후보는 IMO 내 영향력이 큰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의장을 10년간 지내 IMO 기여도 측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였다.

    다시 말하면 이번에 유럽에서 단일후보가 나왔거나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했어도 승산이 높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만 장관급이 나서 유세를 펼친 게 아니다"며 "덴마크의 경우 필리핀에서 지지를 호소할 때는 로열패밀리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유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 과장도 "이번에 유럽에서 단일후보를 냈다면 (선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유럽 회원국 14표를 가지고 (선거를) 뛰는 셈인데 북유럽과 남유럽에서 각각 후보가 나와 표가 갈라졌다"고 인정했다.

    모든 후보국가가 외교력을 총동원한 만큼 후보자 개인의 경쟁력과 대륙별 후보자 분포가 당락의 변수로 작용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