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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의 글로벌화 전략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가 선진화 된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자산운용사와도 협력체계를 구축 중으로 수준높은 해외 금융회사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한편 상품의 교차판매도 물색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금융사와 MOU(양해각서)체결 등을 통한 업무교류 추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자산운용은 유럽 명문 금융회사인 에드몬드 드 로스차일드(EdR)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앞서 11일에는 하나자산운용이 독일 코메르츠방크그룹 계열의 코메르츠레알(코메르츠자산운용)과 독일 비스바덴 본사에서 상호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고, 7일에는 하이자산운용이 스위스 UBP자산운용과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같은 자산운용사들의 MOU 러시는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자산의 위탁운용 및 직원간 상호지식 및 경험교류를 통해 역량을 높여나가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EdR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펀드 교차 판매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로스차일드 그룹의 운용 자문서비스를 받아 '유럽 배당주 펀드'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런던 현지법인은 로스차일드의 운용 및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운용 경쟁력을 강화해 두 펀드를 주력 공모펀드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반대로 EdR는 룩셈부르크에 아시아 주식형 펀드를 만든 후 삼성자산운용의 자문을 받거나 위탁운용을 맡길 예정이다. 로스차일드의 유럽내 판매채널을 활용해 유럽 기관투자자 등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캐피탈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은퇴 및 자산배분 상품을 공동개발 및 출시가 한창이다.
특히 미국에서 900조원이 판매된 연금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를 한국형으로 개발해 출시됐다.
타깃데이트펀드란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Target Date)로 상정, 사전에 정한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Glide Path)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한국형TDF는 퇴직연금(DC형)과 개인연금 펀드로, 가입자 본인의 판단으로 스스로 운용을 해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하면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의해 펀드가 스스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운용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한국형TDF 출시 외에도 캐피탈그룹과 함께 인력의 정기견학 및 운용시스템 전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위원회는 은퇴 및 퇴직상품 공동 개발 및 퇴직연금 자산배분 솔루션 전략 수립 및 상품개발을, 상품전략위원회는 캐피탈그룹의 상품개발 시스템과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판매채널지원위원회는 캐피탈의 자산관리 서비스 및 고객관리 기법 및 투자자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코메르츠자산운용과 MOU를 통해 유럽 주요도시의 오피스, 물류, 호텔 등 상업부동산에 대한 투자기회 발굴 및 공동투자 추진, 자산의 위탁운용 및 직원간 상호지식 및 경험교류 등 하나자산운용이 유럽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코메르츠자산운용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공유할 계획이다.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MOU 체결로 국내의 기관투자자들은 그동안 주로 투자해왔던 영국 런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이외에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국가신용도가 높은 북유럽 국가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투자기관에 유럽의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글로벌 운용사인 코메르츠자산운용의 선진 운용 노하우를 국내의 투자기관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자산운용은 MOU 체결로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의 전환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인 글로벌 메자닌 펀드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메자닌 펀드는 주식에 비해 위험성은 낮고 채권에 비해 수익성은 높아 중위험중수익 추구 투자자게 적합한 펀드다.
이처럼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유럽과 미국의 운용사들과의 MOU 체결에 대해 업계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금시장 등 자산운용업이 이미 안착해 운용규모는 물론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와의 교류를 통해 선진운용 노하우를 공유함은 물론 투자영역 확대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하이자산운용이 MOU를 체결한 UBP자산운용의 경우 50년의 역사와 13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하나자산운용이 MOU를 체결한 코메르츠자산운용은 1972년에 설립돼 40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캐피탈그룹의 경우 1931년에 설립돼 1조4000억달러(1600조원)의 금융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거대 자산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인도 릴라이언스 캐피탈(Reliance Capital) 자산운용사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하고 현지 리서치를 활용해 펀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인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인도 자산운용사와 MOU 체결은 업계 최초로,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어 금융시장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