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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가 대출금 등의 이자로 금융기관에 낸 돈이 이자로 벌어들인 소득보다 이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의 이자소득 잠정치는 36조1천156억원으로 2015년(38조1천717억원)보다 5.4%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천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7천745억원으로 전년보다 12.6%(4조6천624억원) 급증했다.
이자지출이 늘어나기는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소득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른바 '이자수지'는 지난해 5조6천589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가계 이자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이자수지는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0년 20조4천130억원까지 늘었지만 2004년 13조8천897억원에서 2005년 5조8천503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2015년에는 흑자가 1조596억원으로 축소됐고 급기야 작년에는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작년 6월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는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고 민간소비를 촉진했지만 가계소득 측면에서는 악재가 된 셈이다.
가계의 이자지출이 늘어난 것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8조2천849억원으로 1년 사이 33.5% 급증했다.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 늘리기'도 변수로 작용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89% 포인트로 2015년보다 0.1% 포인트 확대됐다.
한은 기준금리가 떨어진 뒤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이자수지 악화가 전체적인 가계소득을 줄이고 소비 부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민총가처분소득에서 가계분배 비중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가계의 순이자소득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천632조6천억원 가운데 가계소득 비중은 56.9%로 전년대비 0.3% 포인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