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남대 인수를 추진 중인 서울시립대 계획에 대해 '서울시립의대'를 위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서남대 인수를 추진 중인 서울시립대 계획에 대해 '서울시립의대'를 위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립대가 서남대학교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면서, 서울시민이 낸 세금이 시립대 캠퍼스 확장을 위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의과대학이 없는 서울시립대 입장에서, 서남대 의대를 유치한다면 '서울시립의대' 타이틀을 얻지만 재정 기여를 목적으로 한 인수이기 때문에 대규모 혈세 투입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까지 부산 온종합병원, 삼육대, 서울시립대를 비롯해 서남대 구재단 등 4곳이 서남대 학교법인 서남학원 임시이사회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몇몇 학교법인 등도 서남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대가 아닌 전북 서남대 남원캠퍼스 전체를 유지하는 형태의 인수라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자 이홍하씨 횡령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서남대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는 삼육대, 서울시립대, 온종합병원은 14일 오후 3시 남원캠에서 열리는 설명회를 통해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온종합병원, 삼육대는 일찍이 인수 계획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립대는 마감 직전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원유희 총장 등 서울시립대 일행이 서남대 남원캠을 찾기도 했다.

    서울시립대 올해 전체 예산은 약 1163억원으로, 이중 736억원을 서울시로부터 지원 받았다. 서남대 인수가 확정된다면 시립대가 서울시 지원에 의존한다는 부분에서 결국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2012학년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세운 '반값등록금 공약'이 현실화되면서 매년 서울시의 시립대 지원액 중 약 200억원은 등록금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박 시장은 '인재육성'이 강조됐지만 정작 전체 학생 중 지방 출신 학생이 60%가량을 차지하면서 서울시민의 혈세가 타 지역 출신을 지원한다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온종합병원은 이홍하씨 횡령액 330억원, 서남대 교직원 임금체불액 160억원 등 약 500억원을 보전하고 향후 수백억원의 재정 기여로 학교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삼육대도 이와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서울시립대는 혈세 투입 등 논란에도 서남대 인수로 의대 유치에 따른 '공공의료' 추진과 지역 상생을 강조,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기획처 관계자는 "고령인, 장애어린이, 일반 서민 등이 비싼 사립 대학병원을 찾을 수 없다. 국가 재난 전염병, 기후변화 등에 따라 투입될 수 있는 공공의료 인력이 양성되는 곳은 없는 상황에서 서남대가 서울과 지역 발전을 이루는 하나의 축으로 봤다. 이에 시립대가 서남대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과 지방이 상생하는 공공인력을 육성하자는 것이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시립대는 임금체불 등 법적 해석을 통해 보전 여부를 결정하고, 향후 재정기여를 위한 예산을 위해선 서울시의회를 설득하겠다는 것이 서울시립대 계획이다. 서남의대 인수를 위해 혈세를 투입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설립자 횡령은 예전 일이고 교비 충족으로 체불임금을 줄 수 있는지 등은 법무팀에서 분석할 것이다. 목적은 지역, 학생, 교육환경을 위한 것이다. (재정 지원은) 시의회 등을 거쳐야 한다. 어느 정도 지원할지는 명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서남대 우선협상대상자로 서울시립대가 선정된 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면 그만큼 서울시가 지원해야 할 혈세 규모는 늘어난다.

    서울소재 A대학 관계자는 "서울시민이 낸 세금을 지방대학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립대 또는 국립대가 나선다면 이해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대학이 타 지역 학교를 인수한다는 발상 자체가 맞지 않다. 이미 서울소재 의대는 여러 곳 있다. 박원순 시장이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 측은 "의대가 있고 없고는 (대학 인지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현재 의대 정원을 유치할 수 없지만 (서울시립대가) 의대를 설치하겠다며 서울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립대 혈세 투입 논란 속에서도 서남대는 재정 기여자 확보로 통한 학교 정상화만을 바라보고 있다. 서남대 새 주인은 이날 설명회에 이어 이달 20일 열리는 서남학원 이사회 회의를 통해 우선협상자를 정한 뒤 최종적으로 교육부에서 결정하게 된다.

    설명회에서는 인수 의향을 밝힌 4곳 중 서남대 구재단을 제외한 3곳이 각각 15분 발표 후 20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향후 계획 등을 전달한다. 구재단 측은 이사회 회의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서남대 관계자는 "현재 재정기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불인증'이 나와 2018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기정사실화됐지만 폐과는 아닌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회 발표 순서는 추첨을 통해 정하고, 서남대 교직원 및 학생 등이 재정기여자 선정 투표에 나선다. 투표 결과는 미공개로 이사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2번이나 (재정기여자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 마무리돼 대학의 숨통이 틔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