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00억 운영자금 미확보에 회생절차 폐지직영·협력 노동자 2만명 직격탄 … 납품업체·농가까지 파장포괄적 금지명령 해제 … 대금 회수·임금 정산 불확실성 커져
  • ▲ 홈플러스 매장 전경 ⓒ뉴시스
    ▲ 홈플러스 매장 전경 ⓒ뉴시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대형마트발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가 단기간 내 운영자금을 마련하거나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파산이 현실화하면 직영 직원과 협력 노동자 등 약 2만명의 고용이 직격탄을 맞고 납품업체와 점포 입점 자영업자, 지역 농가까지 포함해 최대 10만명 규모의 연쇄 피해가 예상된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만으로는 회생계획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이 이어지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봤다. 매출은 줄어든 반면 급여와 물품대금, 조세 등 공익채권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에는 대형마트 운영 점포를 기존 126개에서 67개로 줄이고 인력을 50%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계획 실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을 조달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 등을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됐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양도와 M&A 등을 담은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을 허가했다. 이후 영업양도와 긴급운영자금(DIP)을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도 두 차례 연장했다. 하지만 기한까지 핵심 조건이던 운영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 ▲ 홈플러스사태해결공동대책위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5월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홈플러스 37개점 기습영업중단을 규탄하며 정부 개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DB
    ▲ 홈플러스사태해결공동대책위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5월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홈플러스 37개점 기습영업중단을 규탄하며 정부 개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DB
    문제는 파장이 홈플러스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로 넘어가면 직영 직원과 협력 노동자 등 약 2만명의 고용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협력업체와 농가 등 직간접 영향권까지 포함하면 최대 10만명에 달하는 고용 불안과 도미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매장 영업이 중단될 경우 직원들의 일자리뿐 아니라 점포에 입점한 자영업자, 매장 운영을 지원해온 용역업체, 물류·배송 협력사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대형마트 한 곳의 파산이 고용과 납품망, 지역 상권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회생절차 과정에서 임금 지급 지연과 직원 이탈에 따른 일부 매장 운영 차질이 발생한 데다 포괄적 금지명령 해제로 채권자들이 자산 압류에 나설 경우 밀린 임금과 퇴직금 정산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협력사 피해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 협력사들이 제출한 탄원서와 성명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460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47%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농가와 산지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연간 약 3조원 규모의 농·축·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국내산 판매액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에 농축수산물을 납품해온 지역 농가와 산지 업체들도 거래처를 잃을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회생절차 폐지가 곧바로 파산 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

    법원은 즉시항고 기간 내 홈플러스가 운영자금을 조달한 뒤 항고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재도의 고안 절차를 통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다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단순한 대형마트 한 곳이 아니라 납품업체와 물류, 용역, 입점 자영업자, 지역 산지가 맞물린 유통망"이라며 "단기간 내 자금 조달이나 인수자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회사 내부를 넘어 협력사와 지역 상권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밝힐 입장이 없고 오늘 중 별도 입장을 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