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대출 1.6조 … 800조 프로젝트 감당하기엔 체급 한계기업대출 90% 중소기업, 제조업 비중은 8.5% 그쳐동일인 여신한도 25% … 신디케이트론 사실상 불가피금융 파트너 선언했지만 … 장기 금융지원 로드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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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선 광주은행장이 8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투자의 '금융 파트너'를 자처했지만, 광주은행의 대기업대출은 1조 6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국가전략산업을 뒷받침하기에는 자본력과 여신 구조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은 최근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광주·전남 지역이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든든한 금융 파트너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은행이 첨단산업 육성의 한 축을 맡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광주은행이 반도체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투자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은행권에서 기업금융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반도체 투자는 시설자금은 물론 협력업체 운전자금, 프로젝트금융(PF), 외환·보증 등 연쇄적인 금융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광주은행의 기업금융 체력만으로는 초대형 국가전략산업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은행의 경영실적(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대출은 16조 1280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대출은 1조 5593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9.7%에 그쳤다. 중소기업대출은 14조 5687억원으로 90.3%를 차지했다. 지역 제조업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지방은행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할 대기업 금융 기반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한계는 은행의 자본 규모와 여신 규제에서도 확인된다. 광주은행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34조 3125억원이다. 은행법상 동일 기업집단에 대한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 자기자본과 여신 한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수백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이 함께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과 공동금융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신 포트폴리오도 첨단산업 금융과는 거리가 있다. 기업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39.5%(약 6조 4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제조업은 8.5%(약 1조 3700억원), 도소매업은 8.4%(약 1조 3500억원)에 머문다. 지역경제 기반의 여신 구조인 만큼 첨단 제조업 금융 비중은 아직 높지 않은 셈이다.

    해외에서도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는 개별 지역은행이 아닌 공동금융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미쓰비시UFJ·미즈호·SMBC 등 메가뱅크가 주선하고 지방은행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한다. 독일도 국책은행 KfW와 상업은행이 함께 장기 산업금융을 공급한다. 특정 금융기관에 위험을 집중시키기보다 금융권 전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해 대통령실 반도체 전략 보고회에서 "초대형 투자를 한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한 실행 가능한 파이낸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장기 자금조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은행이 지원하느냐보다 어떤 금융 구조를 설계하느냐"며 "광주은행이 지역 창구 역할을 맡더라도 정책금융과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장기 공동금융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800조원 투자 계획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