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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업소득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들이 실제로 낸 법인세 부담률은 평균 18.9%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을 초과하는 2만6천11개 외감법인을 대상으로 기업소득(세전이익)과 법인세 비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2천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대기업은 131개다.
이 중 10대그룹 소속 계열사는 현대차그룹이 11곳으로 가장 많고, 삼성그룹 9곳, SK그룹 7곳, LG그룹 5곳, 한화그룹 4곳, GS그룹 3곳 등 순이다.
이들 대기업이 지난해 벌어들인 세전이익은 110조6494억원이었고 법인세로 20조9143억원을 부담해 실효세율은 18.9%로 조사됐다.
실효세율이 18.9%로 낮아진 것은 현행 법정세율 22%를 적용하면 명목세액은 24조3429억원이지만, 이 중 14.1%인 3조4286억원을 세무조정 등을 통해 감면받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영업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서 영업외비용을 빼면 세전이익(법인세 차감 전 이익)이 나온다. 영업외비용에는 기업들이 낸 기부금이나 배당금 등과 같은 유출 비용도 포함된다. 법인세를 매길 때는 이처럼 영업외비용을 제외한 세전이익을 대상으로 한다.
조사 결과 72개 기업이 현행 법정세율보다 많이 법인세를 냈고 나머지 59개사는 세율보다 낮게 법인세를 부담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14조7251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려 3조1453억원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삼성전자의 유효세율은 21.4%로 법정세율(22%)에 약간 못 미쳤다.
현대자동차는 세전이익 4조9432억원에 법인세 8414억원으로 실효세율이 17.0%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조9617억원의 세전이익에 3천67억원의 법인세를 내 실효세율이 10.4%에 그쳤다.
넥슨코리아 계열사인 네오플은 세전이익 7150억원에 법인세 824억원으로 실효세율이 11.5% 수준이었다. 삼성생명은 세전이익 7118억원에 법인세로 1393억원을 내 실효세율이 19.3%를 기록했다.
이밖에 실효세율은 효성 13.9%, LG생활건강 17.5%, 롯데물산 11.5%, 한화케미칼 11.9%, 한화종합화학 4.2% 등으로 나타났다.
예외적으로 개별 기업들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지주회사는 추가 법인세 비용이 거의 없으며 STX조선해양처럼 채권단 출자가 이뤄진 기업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결손(손실)이 난 곳은 법인세 비용이 없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경우 과거 이월결손금을 고려해 세금을 환급받아 지난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1.5%에 그쳤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명목 최고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면 지난해 기준 명목세액은 27조6624억원으로 현재보다 3조3195억원 늘어난다.
유효세율을 적용하면 실제 걷어들이는 세수는 23조원 수준으로 증가액은 2조8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편이어서 높일 여지가 있다"며 "법인세를 올리면 결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 경기가 진작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소득 주도의 성장을 돕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부가세를 포함한 법인세율이 우리나라는 24%에 그치지만, 미국은 30%가 넘는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데다 세율을 높이면 기부금이나 배당 등도 늘어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