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6일 예정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됐다. ⓒ뉴시스
    ▲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6일 예정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됐다. ⓒ뉴시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대학별고사, 수능 출제위원 퇴소, 학원가 정시설명회 등 입시 관련 일정이 줄줄이 변경되는 상황을 맞았다.

    애초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수능은 전날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피해 지역 내 고사장 14곳 중 10곳이 벽에 금이 가는 등 안전상 문제로 인해 23일 시행하는 것으로 연기됐다.

전국적인 피해는 아니었지만 특정 지역만 시험 시기를 변경할 수 없고, 여진 우려도 있어 교육부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원서를 낸 수험생은 약 59만, 수능 연기 결정으로 수시 논술 등 대학별고사 일정도 잇따라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 면접의 경우 대부분 대학이 내달 초에 실시 예정이지만, 수도권 소재 10여개 대학의 논술고사는 수능 직후인 18~19일과 25~26일에 대거 몰려있다.

논술전형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상당수 대학이 적용하고 있다. 이에 시험 직후 가채점 결과에 따라 기준 충족 가능 여부를 보고 응시를 결정하는 수험생이 많아 실질경쟁률은 하락하는 등 수능 성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정된 수능 일정이 자연재해로 미뤄지면서 논술 실시 시기도 사실상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A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입 일정과 관련한 발표가 예정된 상태라서, 향후 상황을 보고 연기 등을 고려하고 있다. 논술 실시가 변경된다면 수험생, 학부모 혼란이 없도록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잠정적으로 논술 일정을 수정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다. 수능이 연기된 만큼 차질이 없도록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이날 퇴소 예정이었던 수능 문항 출제·검토위원들은 외부로 나설 수 없게 됐다. 문제 유출 방지 등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외부 통신이 차단된 장소에서 문제 출제, 검토 등의 문항 출제 과정을 지난달 초부터 진행했다.

자연재해로 수능 시행 시기가 변화된 상황에서 이들은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23일에서야 퇴소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보안 등을 위해 퇴소 일정을 일주일 뒤로 늦췄다. 시험 종료될 때까지 합숙생활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정 변경과 관련해 내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업체 역시 비상이다. 스카이에듀,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하늘교육, 진학사 등은 정시 전략 설명회를 17~19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능이 치뤄지기도 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수능 다음날 예정됐던 설명회는 일정을 조정 중이다. 논술, 면접 특강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스교육 측은 "18일 예정된 수능 가채점 분석 설명회는 시험 일정 연기로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관한 장소의 경우 향후 일정이 있어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 정확히 확정 후 안내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스카이에듀는 시험 일정에 맞춰 수능 인터넷강의 강좌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이용 시기를 연장했고, 종로학원·강남하이퍼학원·청솔학원 등은 시험 전까지 자습 공간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대입 일정도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시험이 치러졌다면 내달 6일 수능 성적표가 배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험 일정이 일주일 늦춰지면서 성적표 배부, 수시 합격자 발표 등도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대학,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대입 전형 등 일정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시험지 관리 역시 보안이 강화됐다. 지난 13일 85개 시험지구로 옮겨진 수능 문·답지는 지역 교육청 등으로 이동됐다. 수능 당일 새벽 전국 1180개 시험장에 운반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되면서 현재 옮겨진 상태다. 시험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문·답지가 보관된 장소에는 경찰관이 배치됐다.

24년 전 도입된 수능이 자연재해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고사장 재점검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능 연기로 수험생, 학부모, 고교, 대학 등은 대비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단순한 일주일을 넘어 중차대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총은 "연기된 일정에 맞춰 수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은 고사장 재점검 등 안전한 시험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