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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6700여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 정규직화와 관련해 전환 시점과 고용형태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과 내년 말로 시행시기를 늦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공사측은 아직 확정된게 아니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직고용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이래저래 탐탁치 않은 모습이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도공은 다음 달 초 요금소 직원 등 비정규직의 구체적인 정규직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강래 도공 사장은 "여러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직고용이다, 자회사 (설립이)다 단정적으로 말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사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전환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 공익위원은 "사용자측(도공)은 자회사 방안을 선호한다"며 "비용만을 생각하면 직고용이 유리하지만, (유불리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도공은) 자회사가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800여명 안전순찰원은 아마 직고용할 것"이라며 "요금소 직원은 소송 중인 데다 전환 대상자가 워낙 많아 큰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도공은 내달 7일로 예정된 소위에서 구체적인 전환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도공에서) 곧 협의회를 다시 열고 전환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도공 관계자도 "(보고·결재를 위한) 전환방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금명간 (잠정 중단된) 협의회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도공은 애초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려던 정규직 전환을 일정기간 늦추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요금소 직원의 계약 기간이 서로 달라 단계적으로 전환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처우 문제 등을 일괄 전환방식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부 노조도 이런 방식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1·2심을 모두 승소한 요금소 직원들이 유력해 보이는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한 요금소 관계자는 "2월 이후 노사협의체 실무회의가 열리지 않는 가운데 도공과 영업소 외주사장 간 워크숍 이후 자회사 설립안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한 공익위원은 "도공 요청으로 협의회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자회사 설립 관련 소문도 들었다"며 "다만 정규직 전환은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할 부분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직원들은 이같은 도공의 문제 해결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요금소 관계자는 "공식 협의회에서 다루면 될 것을 (도공이) 왜 굳이 현장에 찾아가 개별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사측은 "3월부터 근로자대표 6명을 고르게 순차적으로 만나 핵심 요구사항을 듣는 등 의견을 수렴했다"며 "협의회는 열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계속 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공사가 근로자대표보다 무노조 대표를 집중적으로 만나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편한 내색을 하고 있다.
반면 공사는 지난 14일부터 특정지역이 이닌 전 영업현장을 돌며 정규직 전환 관련 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른 요금소 관계자는 "자회사 방안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 소문이 퍼지자 도공에서 사실이 아니니 해명하겠다며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자회사 설립방안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회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현장을 돌며 특정 방안을 홍보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