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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상장사가 직접 조달한 자금 중 20조원 가량의 사용 내용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관련 공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CB나 BW 등 주식연계채권이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5~2017년에 상장된 918곳이 IPO, 유상증자, 주식연계채권(CB·BW·EW) 발행 등을 통해 직접 조달한 자금은 55조9000억원에 달했다.
주식관련사채란 CB나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발행시 정해진 일정한 조건으로 발행회사의 주식 또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 또는 교환이 가능한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상주식의 하락시에는 채권 보유을 통해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올리고 주가 상승시에는 주식 전환 권리를 행사해 차익실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발행 전 증권신고서(공모), 주요사항보고서(사모)를 통해 자금사용 목적을 기재하고 발행 후에는 사업보고서에 발행자금의 실제 사용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금 사용 내용 공시율은 35조7000억원(64%)에 그쳤고 자금을 조달하고도 실제 사용하지 않았거나 기재를 누락한 경우가 20조2000억원(36%)에 달했다.
또 운영자금 목적으로 조달한 28조4000억원 중 실제로 운영자금에 쓰인 돈은 17조3000억원에 그치는 등 발행 시 신고한 사용 목적과 실제 사용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다.
대다수 기업들이 사모 CB나 BW 발행을 통해 자본금보다 과도한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해 일시적인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장외법인에 투자하는 등 시설자금으로 사용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모 CB·BW 발행 회사들의 '상폐주의보'도 발령됐다.
주식연계채권이 상폐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 성격을 띄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상장폐지된 주권상장법인(코스피·코스닥·코넥스) 중 65%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했고, 이 중 90%가 2년내 CB나 BW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상장폐지된 회사는 모두 434개사로, 전체 상장사(2163개사) 중 20.1%였다.
이 중 65.7%(286개사)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 회사였고, 주식연계채권 발행 후 1년 안에 상장폐지된 경우가 194개사, 2년 내 상장폐지된 곳은 64개사였다.
이들 대부분은 사모로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주식연계채권 발행 중 공모 발행은 비중이 매우 적었고, 공모로 발행한 회사는 2015년 이후 상장폐지된 경우도 없었다.
김병욱 의원은 "50인 미만 등 사모발행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기에 발행에 있어서 편의성과 신속성은 있으나 대부분 경영실적의 악화에 따른 마지막 자금 수혈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사모발행의 성격상 CB, BW 투자에 응하는 투자자와는 별개로, 자금조달 계획만 믿고 거래소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자금 투입처는 일시적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용이 많았고, 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시설자금은 거의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투자를 성실하게 실시하는 기업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